정치권, 총선 앞두고 설 선물 '주의보'

2008-02-06     뉴시스
【서울=뉴시스】설 명절을 앞둔 정치권에 선물 주의보가 한창이다. 18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각 당 지도부가 돈 선거 경계령을 발동하면서 의원들의 눈치 보기가 어느 때보다 극심한 것. 자칫 청탁성 선물을 받아 오해를 살 경우 공천에도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선관위가 설·대보름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행위 주요 감시·단속 대상으로 ▲명절인사 등을 빙자해 선물 등 금품·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 ▲정당의 당내경선·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설날인사 등을 명목으로 평소 친교가 없는 선거구민에게 다량의 문자메시지 또는 인사장을 발송하거나 지역신문 등에 광고하는 행위 등에 대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힌 상태다.

특히 한나라당 실세로 꼽히는 의원들은 공천권 영향을 보고 답지할 설 선물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당선자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한 의원의 경우는 아예 의원들을 제외한 외부 선물을 모두 되돌려 보냈다.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서 의원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을 제외하고는 선물을 바로 돌려보내고 있다"면서 "여기저기에서 의원한테 줄을 많이 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예 반송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당 의원을 찾는 방문자와 전화가 폭주하는 등 의원실은 문전성시다. 또 다른 실세 의원실도 마찬가지다. 해당 의원실은 고가이거나 청탁성 의혹이 짙은 선물은 선별해 돌려보내고 있다. 김이나 곶감, 과일 등 비교적 저렴한 선물은 성의로 받을 수 있지만 역시 설을 위시한 청탁성 선물들은 경계 대상이라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는 한나라당보다는 청탁성 선물이 덜한 편이다. 신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개인적인 선물만 들어올 뿐 기업체나 정부기관에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주로 커피나 청국장 등 전통 음식이 많이 들어오는데 지인들의 성의로 고가는 아니어서 반품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으로 배달된 설 선물을 감시해왔다는 반명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정부패위원회 본부장은 "지난 설에는 여당에 (선물이) 집중됐는데 이번에는 현재 당선된 당으로 집중되는 것 같다"면서 "주로 기업체 사장들한테 많이 오고, 정부조직에서 오는 것은 3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가를 바라고 보내는 선물은 집으로 가고, 의원회관으로 오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명절을 앞둔 국회 의원회관은 문전성시다. 택배 차량이 시도 때도 없이 갈비세트와 과일, 건어물 등의 선물 상자를 쏟아냈고, 의원실로 운반하는 손수레에는 선물상자가 한 짐 가득 실렸다. 현재 일반 공무원의 경우 행동윤리강령에 따라 3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징계를 받게 돼 있지만 국회는 부패방지법에 따른 행동윤리강령이 제정되지 않아 처벌 기준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