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증권 전산센터 2곳 계좌추적
특검에 꼬투리 잡힐라" 삼성은 '구두(口頭)경영'중
2008-02-09 배혜림 기자
【서울=뉴시스】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8일 서울 수서와 경기 과천에 있는 삼성증권 전산센터 2곳에 대해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수사관 3명씩 두 팀으로 나눠 수서와 과천의 삼성증권 전산센터에 각각 파견해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기존 계좌추적과 연관되는 작업으로 새로 확인할 부분이 생겨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소환 일정을 일부 조율했으며 이르면 설연휴 이후 피의자 소환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의 수사 대상인 4건의 고소.고발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e삼성 등 관련회사 대표 및 감사 등 피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날 차명계좌와 관련해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소환자는 없었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
특검에 꼬투리 잡힐라" 삼성은 '구두(口頭)경영'중
【서울=뉴시스】삼성 관련 비리에 대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문서 대신 구두로 주요 사항을 지시하고 보고하는,이른바 '구두(口頭) 경영'을 계속중인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삼성의 '구두경영'은 본래 이건희 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사장단회의 등을 통해 회사의 주요 현안을 챙기고 필요한 지시사항은 구두 메시지로 전하는 경영방식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특검 수사 이후 전 계열사에서 이같은 구두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특검 수사,특히 시도 때도 없는 전방위 압수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관계자의 지시나 보고 사항이 컴퓨터 파일 또는 문서화 돼 특검에 '꼬투리' 가 잡히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당초 삼성측은 특검 수사에 앞서 많은 기록을 정리했지만 지난달 25일 특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삼성화재는 비자금 관련 자료를 뒤늦게 폐기하다 현장에서 수사팀에 포착되기도 했다. 게다가 특검팀은 소환된 계열사 임원들의 '말맞추기'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삼성 측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 임원들은 특히 경영보고 사항에 대해서는 구도로 간단하게 하는 한편 지면이나 온라인 보고는 가급적 삼가라는 지침을 받은 상태며, 이로 인해 수십억원을 투입해 구축해 놓은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도 개점 휴업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문에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중요시했던 '기록'의 문화도 한 순간에 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이스 레코더와 카메라를 제공하면서 기록하고 또 기록할 것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모아놨던 시장 분석 자료나 CEO의 경영지침까지도 5년 이상 된 것은 모두 파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바람에 손실이 매우 크고 업무효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특검 수사에 대비해 전 계열사별로 각종 자료를 폐기하다 보니 비자금과 관련 없는 자료까지 전방위적으로 삭제해서 업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 홍보실의 경우도 과거의 보도자료는 물론 이 회장의 지시사항 등 다양한 자료를 최근 전부 삭제하도록 지시해, 홍보도 '구전'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홍보실 관계자는 "요즘 보도자료 자체를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번에 삼성차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과거 삼성차 일지를 부탁하는 기자들이 많지만 관련 자료를 다 폐기처분, 자료를 제공하지 못해 불만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