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박병무 사장 매각 성과급 수백억?

사모펀드 조성 등 퇴임 후 계획은 뭔가…직원 구조조정 가능성 여전한 가운데 조심스런 행보

2008-02-11     권민경 기자

하나로 “성과급, 회사비용 아닌 대주주 측에서 주는 것”
업계, ‘박 사장 거취 문제, 구조조정 입장 등 주목’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박병무(48) 하나로텔레콤 사장을 둘러싼 몇 가지 얘기들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인수 완료 후 박 사장의 거취문제를 비롯해, 매각 성공에 따라 챙기게 될 두둑한 성과급, 구조조정에 대한 박 사장의 최근 입장 등에 관한 말들이 그것이다. 특히 SKT로 매각을 성공시킨 공로로 인해 수백억 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사장 본인이 요즘 들어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 남아있는 하나로텔레콤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장 혼자 수백억 원을 챙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뉴브리지캐피탈 사장에서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 사장은 임기 동안 하나로텔레콤의 흑자전환을 이끄는 등 실적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통신업계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인 TV포털 사업에서도 능력을 발휘, ‘하나TV’는 이미 80만 가입자를 돌파해 업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나TV의 이같은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어 매출 1조8천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또한 이 같은 성장세로 매출 2조원 돌파가 기대돼 흑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인수 작업이 완료된 뒤에도 당분간 CEO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뉴브리지캐피탈 출신인 박 사장을 대신해 그룹 계열사에서 CEO급 인사를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박 사장이 퇴임 후 차기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등, 사모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박 사장, 두둑한 성과급 오해 살까 조심

한편 SKT로의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박 사장이 받게 될 거액의 성과급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높다. 매각을 성공시킨 공로(?)로 박 사장이 수백억 원대의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자칫 직원들에게는 곱지 못한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 따르면 박 사장 또한 이런 부분을 우려해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실제로 지난 해 말 하나로텔레콤 임원들이 100억원대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것을 두고 노조를 비롯해 업계 안팎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박 사장을 제외한 하나로텔레콤 임원 42명은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통해 한 사람당 수억~1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고, 여기에 매각 성사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조조정의 고통 등을 감내하며 회사 정상화에 일조한 일반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스톡옵션 차익은 많지 않아 1인당 수백만 원에 불과했고, 임원들이 인센티브까지 받은 것과 달리 직원들에게는 위로금 지급에 대한 것도 결정된 바가 없었다. 더욱이 임원들이 부여받은 100억 원대의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이것이 회사 비용으로 빠져나가 경영에도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이 받게 될 성과급은 M&A 성사 관련 성과급이기 때문에 회사 내부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 측에서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더니...입장 변화 왔나

박 사장과 임원들이 이처럼 거액의 성과급과 스톡옵션을 챙기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나로텔레콤 직원들은 매각으로 인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사장은 그간 수차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인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 박 사장은 “인수자가 누가 되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SKT로의 매각이 알려진 뒤에도 박 사장은 새 주인에게 하나로텔레콤 직원의 고용 승계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방송융합 흐름에 따라 추가해야 할 투자 소요액도 관철시킴으로써 CEO로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박 사장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연말 박 사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혁자생존’에 관한 글. 이 글에 따르면 고용안정이라는 기업안전망에 기대고 있는 인식은 IMF 외환위기 이전의 사고방식이며 지금 기업과 직장인은 자기개발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LG, 현대차 등도 감량 경영을 체질화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자신의 직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의 글은 하나로텔레콤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단순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사장의 글은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쓴 것”이라면서 내부에서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매각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관한 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SKT와 하나로텔레콤 간에 사업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라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다는 점에 양 사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구조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대규모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