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청년이 바보인가? 자극하지 말자

2020-03-14     송병형 기자
인생에서 한 번쯤은 호기로운 때가 있기 마련이다. 호랑이는 굶어 죽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는 식의 패기가 충만한 시기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20대가 이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민태원 선생이 ‘청춘예찬’이란 글에서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고 쓴 건 아주 지당하다.20대는 분명 눈부시게 빛나는 시기다. 꿈이 큰 만큼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20대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 치지 않다. 그런데 주위의 젊은 친구들은 사회의 이런 시선에 고개를 돌린다. 시쳇말로 단군 이래 우리처럼 불행한 세대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죽어라 공부에 내몰린 고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미래는 참담하다. 취업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5%나 된다. 그 전해에 견줘 0.3%포인트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단시간 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큰 현실을 고려하면 당분간 청년실업률이 하락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종업원 50명 미만)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5% 수준이며 그 차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왜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목을 매느냐고 마냥 나무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한술 더 떠 20대를 ‘적폐’로 몰아붙인다. ‘전 정부의 잘못된 교육’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이 20대를 가장 보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는 페미니즘 운동 강화와 양성 평등 정책이 원인이라는 알 수 없는 분석까지 내놨다.기성세대의 눈에는 20대가 아직 미숙한 존재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냥 어리숙하지는 않다. 반공교육이나 양성 평등정책 때문에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할 세대는 결코 아니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으며 기준에 맞지 않다 싶을 때 가차 없이 할 말을 내뱉는다. 사회발전 시각에서 해석하자면 ‘비겁한 침묵’보다는 훨씬 긍정적 요인이다. 그만한 패기조차 없다면 피 끓는 청춘이라고 말하기도 어색 할 것이다.생각해 보면 20대는 개인 의지와 관계없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낀 세대다. 노력만 하면 잘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회 균등·공정의 원칙이 지금 와서 무너지게 된 데 대한 책임은 당연히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이런 현실을 뒤로 한 채 20대 비하만을 일삼는다면 어른 자격이 없다. 그들이 무슨 죽을죄를 지었기에 함부로 가당찮은 낙인을 찍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