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기업 체감경기 2년 9개월만에 최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 2012년 1월 전망치 원지수는 올해 12월의 94.8에 비해 6.5포인트 하락한 88.3을 기록해 기준치 100을 3개월 연속 하회했다.
이같은 수치는 2009년 4월 전망지수가 86.7을 기록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이는 대외적으로 유럽 및 미국의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과 함께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따른 기업들의 수출환경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내적으로도 김정일 사망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 내수기업의 실적 악화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의 경우 지난 19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의 위험성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20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딧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피치는 미국의 경우에도 내년 대선 이후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도 장기적인 성장추세 둔화와 함께 높은 물가상승률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3일 바수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GDP성장률이 10%대에서 8%대로 낮아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4%대로 올라가는 소위 '8+4'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글로벌 재정위기 및 경기둔화조짐으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수출환경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전경련이 12월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수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71%에 달했다.
대내적으로는 19일 북한 김정일의 사망소식이 알려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됐다. 김일성 사망당시인 1994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현재는 둔화 국면에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의 후계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내 권력구도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 지역의 위험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며 기업들의 자금조달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는 내수기업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망치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89.2)과 서비스업(87.1) 모두 90선을 밑돌며 크게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세부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업(125.9), 펄프·종이·가구(113.3), 지식·오락서비스업(105.9) 등은 긍정적으로 전망된 반면, 의약품 제조업(66.7), 건설업(70.2), 운송업(76.7) 등은 부정적으로 예상됐다.
한편 기업경기실사지수 12월 실적치는 90.1을 기록해 11월의 93.0 대비 3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여전히 기준치 100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내수(102.8), 고용(102.1)은 좋았던 반면, 채산성(92.0), 수출(94.7), 자금사정(96.6), 투자(99.1), 재고(109.9)는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실적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중 경공업(92.9)은 섬유·의복·가죽·신발(87.0), 음식료품(93.8) 등을 중심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화학공업(83.1)도 1차금속·금속가공업(68.2), 석유정제·화학제품(68.8), 고무·플라스틱·비금속광물(80.8), 전자·통신장비(86.1)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낮은 실적을 거뒀다.
서비스업(96.7)의 경우 전기·가스업(122.2), 지식·오락서비스업(105.9)의 실적은 좋았으나, 건설업(80.7), 운송업(83.3), 방송·통신업(93.3) 등은 저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