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국보1호 숭례문 화재사건의 방화 용의자 채모씨(70)가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12일 "유력한 방화 용의자인 채씨를 어젯밤 긴급체포한 뒤 밤샘조사를 벌인 결과 채씨가 자신의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씨가 화재 발생 직전 숭례문에서 목격된 60대 남성과 인상착의가 비슷하고, 사건 당시 착용했던 것과 유사한 종류의 옷과 가방을 갖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벌여 채씨로부터 범행 일부를 자백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너 뿌린뒤 라이터로 불붙여"
경찰에 따르면 채모씨(69)는 자신의 주거지 보상 문제 등에 불만을 품고 미리 준비한 1.5ℓ페트병에 담긴 시너를 바닥에 뿌린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2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채씨를 오전에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10일 오후 8시45분께 숭례문 서쪽 비탈로 올라가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 안으로 침입해 2층 누각으로 들어갔다. 이어 1.5ℓ페트병에 담아 온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채씨가 지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경기 고양시 자신이 소유한 주거지가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시공회사측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2006년 창경궁 문정전 방화사건 추징금(13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억울한 처분을 받아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조사에서 채씨는 "보상문제와 창경궁 문정전 방화 사건으로 추징금을 선고받은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천장 등을 그을리게 만들어 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뒤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숭례문 화재 용의자 채모씨 "국민과 가족에게 미안"
이에 앞서 용의자 채모씨(69)는 서울경찰청 강력계에서 숭례문 화재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검은 모자를 쓴 채 경찰서로 들어선 채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만 남긴채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채씨 집에서 목격자들이 진술한 것과 같은 종류의 사다리와 가방, 의류, 시너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경찰은 문화재 관련 방화 전과자 등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파악하고 11일 오후 7시40분께 인천 강화도 화점면에서 검거했다. 경찰 방화 용의자 조사, 창경궁 방화범과 동일
국보1호 숭례문 화재사건의 방화 용의자는 2006년 창경궁 방화범과 동일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에 불을 질러 문정전 문을 태우고, 천장을 그을리게 만들어 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뒤 현재 집행유예 기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숭례문 방화 용의자 7·11월 사전답사
한편 용의자 채모씨(70)는 이번 범행을 위해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 사전답사를 거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12일 "유력한 방화 용의자인 채씨에 대한 조사결과 채씨가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며 "특히 지난해 7월과 11월 숭례문을 사전답사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2년전 창경궁 방화했던 용의자 채씨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이처럼 주요 문화재를 골라 방화하는 의지가 강한 채씨를 경찰등 관계 당국이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국보1호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는 뒤늦은 탄식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 2006년 4월26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창경궁 문정전에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부탄가스 등을 이용해 불을 저질렀다. 이날 불은 다행히 관람객들과 관리직원 등의 초기 진화로 왼쪽 문만 타는 피해에 그쳤다. 채씨는 처음 경찰에서는 "창경궁 문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는데 불이 붙어 있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집요한 추궁과 목격자의 증언에 "예전에 일산에 토지가 있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토지보상문제가 잘못돼 사회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채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뒤 같은 해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판결문 등에 따르면 채씨는 모 건설회사의 아파트 출입을 위한 도시계획도로로 수용된 자신의 집 부지에 대한 보상금이 적다고 생각, 수용을 거부하고 토지수용재결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에서 패해 불만이 극에 달한 채씨는 창경궁에 불을 질러 사회의 이목을 집중,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로 하고, 방화의 대상을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은 창경궁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유홍준 청장 "모든 책임을 지고 언제든 사임할 것"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관련 회의차 유렵에 체류 중이던 유홍준(59) 문화재청장이 숭례문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화재로 급히 입국, 현장을 방문해 입장을 밝혔다. 11일 오후 8시께 재가 된 숭례문을 찾은 유 청장은 “참담하다”며 “5시간여 동안 숭례문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국보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은 무덤에까지 가져가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전했다. 유 청장은 “사임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장이라도 사임하겠다. 그게 본인에게는 더 홀가분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뒤처리가 더 중요한 현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소방당국이 빠른 진화에 실패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연기가 나던 오후 9시15분께 보고를 받고 30분 후 화재진압을 위해 숭례문의 일부를 파괴해도 된다고 전했다”며 “전쟁 후에도 복원했고, 이번에도 어느 정도만 포기하면 된다 생각했다. 하지만, 적심 속에서 연기가 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했었다. 우리의 잘못”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창경궁에서 일어난 화재 때에는 한 시민이 8분 만에 소화기로 불을 진압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시민이 아니라 소방차가 출동했다. 초기대응을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문화재청”이라고 못 박았다. “문화재청이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각 문화재 관리는 지자체에 이관됐다. 숭례문의 관리는 서울 중구청이다. 화재진압은 서울소방본부가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국보를 망가뜨린 책임은 문화재청이 져야 한다. 모두 내가 수습하겠다” 유 청장은 “복원에 3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1층은 30% 정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나머지는 강릉, 삼척 등지의 소나무 숲에서 육송을 가져와 복원하겠다. 광화문 복원과 잘 어울리도록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