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채씨 “잡혀도 좋다는 각오했다”

서울경찰청 남현우 형사과장 일문일답

2009-02-12     류세나 기자
지난 2월 10일 저녁 8시 48분경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피의자 채모(69?남)씨는 두 차례에 걸친 사전답사를 통해 접근이 용이하고, 경비시스템이 허술한 숭례문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열차전복 등 대중교통 테러도 고려했었으나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밝혔다.이하는 서울경찰청 남현우 형사과장과의 일문일답.

-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는.

“지난 97~98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자신의 30평형 아파트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피의자 채씨는 이후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채씨는 보상금액으로 4억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채씨의 보상금은 9천6백만원이었다.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채씨는 사회적 불만을 표하기 위해 지난해 창경궁 방화에 이은 숭례문 방화에 나섰다고 진술했다.”

- 범행대상으로 숭례문을 선택한 이유는.

“채씨는 숭례문 외에도 종묘와 같은 문화재들을 범행대상으로 물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숭례문이 다른 곳에 비해 경비가 허술하다는 점과 출입의 용이성, 또 지하철?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에 숭례문을 범행대상으로 택했다. 특히 채씨는 열차전복과 같은 대중교통 테러도 생각했었으나 인명피해가 많은 것을 고려해 인명피해가 없는 문화재를 택했다고 진술했다.”

- 피의자 채씨는 숭례문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채씨에 따르면 잡혀도 좋다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 범행이 치밀하게 준비됐다고 하는데.

“이미 지난해에 숭례문을 두 차례에 걸쳐 사전답사를 했고, 숭례문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와 1.5리터 3통 분량의 신나, 또 가죽장갑을 준비한 것으로 미루어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라고 볼 수 있다. 채씨는 범행에 사용한 라이터는 숭례문 내부에 던졌다고 진술했다.”

- 채씨의 집에서 자필 편지가 발견됐다.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편지지 4장 분량의 자필편지가 발견됐다. 토지보상금과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사회의 냉대로 인한 설움 등이 적혀 있었다. 숭례문 방화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

-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가.

“정상이다. 치료를 받은 이력 또한 없다.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철학관을 운영했었으나 운영이 힘들자 약품배달 등의 일을 하다가 현재는 무직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