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사고 여전한 건설업계, 뒷북 대책 급급 국토부
추락·화재·폭발 등 후진국형 재해 끊이지 않아
국토부는 뒷북 대책·사망자 ‘0’ 홍보에만 급급
“산업안전 고려한 건설안전시스템 구축돼야”
2019-03-19 이동욱 기자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건설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건설현장 감독 주체인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는 506명으로, 전체 산업현장 사망자(964명)의 52.5%를 차지한다. 정부가 건설 분야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올해 들어서도 추락·화재·폭발·질식 등 후진국형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떨어짐(추락)’ 재해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19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양리 경북도청 신도시 내 북부권 환경에너지종합타운 공사장 5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50대 근로자 2명과 30대 근로자 1명이 2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당시 근로자 6명이 콘크리트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중 3명이 먼저 콘크리트를 주입하고 지나간 후 나머지 3명이 고르기 작업을 하던 중 철 구조물을 고정한 목재가 이탈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앞서 지난 12일 전남 곡성 옥과면 전원주택 건설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에도 제주시 한면경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건설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위험도가 큰데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7일에도 ‘2019 업무보고’를 통해 추락 사고를 예방하는 원년으로 삼고 건설기계 등 취약분야를 집중 개선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정부의 후속조치가 늦어지면서 후진국형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추락사고 종합 안전대책을 3월까지 마련하는 등 추락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설령 대책이 나오더라도 실효성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국토부는 2017년 타워크레인 사고 관련 종합대책을 만들어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대책의 시행으로 지난해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홍보했다.그러나 불과 2주 만인 지난 1월 광주에서 크레인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톤 미만 소형타워크레인은 3일간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어 규격미달 크레인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외국에서 20년간 사용하다 수입한 장비도 정체불명의 인증기관이 만든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등록할 수 있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기계제원표를 제대로 검증할 능력이 떨어져 여전히 사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자체적으로 공사 현장의 안전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하고, 정부도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인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김동환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장은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을 철폐해야 한다”면서 “근로자를 고용하는 원청과 하청이 산업안전을 고려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건설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