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 "다 탈 줄 몰랐다" 횡설수설

"노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 범행 반성 '전무'

2009-02-14     류세나 기자

【매일일보닷컴】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모씨(69)는 "(숭례문 방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기 보나는 횡설수설는 모습을 보였다.

채씨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는 길에 "보상과 관련, 수차례 진정을 내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고 고충처리위원회에 진정해도 당신 멋대로 하라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채씨는 이어 "현대건설이 9600만원에 더 5000만원을 더 줄 테니 집을 뜯어(철거하)라고 했지만 안한다고 거부했다"며 "그래서 열차(테러)도 생각했지만 인명피해가 있고 그(열차테러 희생자)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못배운 사람(의 집을) 강제 철거하는 것이 가장 억울하다"며 "(숭례문이 전소돼)나도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다 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채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에서 이광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됐다.

채씨는 영장실질 심사를 포기했으나 판가가 직권으로 심문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채씨는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어쨌건 불지른 건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채모씨와의 일문일답.
 
 -지금 심정이 어떤가

"이 일은 현 대통령 노무현이 시켜서 한 일이니까 그런 줄 알라. 보상 관련해서 내가 수차례 진정을 하고 전화를 해도 전화 끊고 의정부 고충위원회로 진정을 내도 당신 멋대로 하라고 했다. 자기들도 위에서 이래이래하니까 돌봐줄 수 없다고 했다.

-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데 사실인가?

"영장실실짐사를 굳이 받을 필요 없다. 어쨌건 불지른 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 왜 남대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나

"열차도 생각했었는데 그건 인명피해가 있어서 제외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

- 억울하다는 태도인데 무엇이 억을하다는 말인가?

"못 배운 사람 집을 강제로 철거한 것이 가장 억울하다"

- 국민들이 숭례문 소실로 안타까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다 탈 줄은 몰랐다" 
 
한편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4일 서울 중구청과 문화재청, 소방당국 등 행정기관과 경비업체 책임자들을 잇달아 소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돌입한다.

경찰은 전날 숭례문 관리를 문화재청으로부터 위임받은 서울 중구청 공원녹지과 소속 문화재관리 담당 채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숭례문 관리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건 당일 당직자가 오후 8시까지만 근무하고 이후에는 자리를 비운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더 소환해 평소 문화재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문화재 관리지도와 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과 숭례문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KT텔레캅, 화재진압에 문제를 드러낸 소방당국의 책임자들을 줄 소환할 계획이다. 남대문경찰서 이혁 수사과장은 "지도감독 역할을 하는 문화재청과 숭례문의 경비를 맡은 KT텔레캅, 사건 당시 진화를 책임진 소방당국 등의 책임자들을 폭넓게 소환할 계획"이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위법 사실 드러나면 수사해서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중구청이 최근 KT텔레캅의 '무료 경비' 제의를 받아들여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초 중구청은 숭례문 무인경비를 에스원에 맡겨오다 지난달 31일 경비를 자처한 KT텔레캅으로 경비업체를 교체했다. 그러나 KT텔레캅이 경비를 담당하는 동안 순찰은 일주일에 5차례 정도에 불과했고, 화재 발생 당일에도 적외선 감지기가 울렸지만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늑장 출동했다는 진술을 경찰은 이미 확보한 바 있다. 경찰은 관리책임이 중구청에 있다고 해도 문화재청이 원칙적으로 모든 문화재의 관리ㆍ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문화재청 숭례문 관리 책임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소방당국에 대해서도 불길을 잡지 못하고 5시간 만에 숭례문이 전소한 사실와 관련해 초동진압 당시 법령으로 규정된 지침이나 문화재 관련 방재 매뉴얼을 준수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채씨가 방화에 사용한 알루미늄 사다리를 들고 버스를 타고 일산에서 숭례문으로 향하는 장면이 버스 안 CCTV에 잡혔다며 이날 중으로 브리핑을 통해 이 화면을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현장감식 과정에서 채씨의 범행을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도 함께 공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