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한일 화해 위해 바다와 싸운 용감한 예술가들
2019-03-21 송병형 기자
최근 국내 어느 기업의 한강 부지를 장소로 한 페스티벌의 부대프로그램으로 공공미술 전시를 디자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수면위에 떠 있는 공공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 대중의 이목을 끈다. 가령 석촌호수에서 연이언 펼쳐진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기록했을 정도다.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은 세계 어느 나라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동심 어린 추억을 자극했다. 이어진 ‘슈퍼문’, ‘스윗스완’, ‘컴패니언’까지 호평을 받으며 석촌호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 듀오 ‘프렌즈 위드 유’의 사무엘 복슨과 아르투로 산도발은 풍요로움의 상징인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한국적인 스토리에 착안해 ‘슈퍼문’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석촌호수 옆 방이동 먹자골목이며 인근 까페와 가게까지 매출이 훌쩍 올라 인근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수면 위 공공미술은 대중에게 울림이 큰 메시지나 감동을 전하기에도 효과적이다. 강익중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은 실향민이 그린 500점의 그림을 런던 템즈강에 띄운 작품이다. 또 ‘태화강에 뜬 꿈의 달’은 울산시민의 소망지가 든 페트병 1만개로 제작된 작품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시민들이 작품제작에 직접 참여해 따뜻한 인류애와 화합을 담아냈다.한발 더 나아가 수면 위 공공미술은 국가 간 갈등을 치유하는 메시지까지 던질 수 있다. 김승영 작가는 1999년 뉴욕 모마의 PS1레지던스에서 일본 작가 무라이 히로노리를 만나 ‘바다위의 소풍’을 기획했다. 두 작가는 2002년 7월 29일 각자의 쪽배를 타고 각각 거제도와 쓰시마섬에서 출발하여 두 나라의 중간지점인 북위34도48분·동경129도10분 지점에 도착, 일상적인 대화로 인사를 나누며 유리컵을 맞부딪히고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는 쪽배에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휴식을 취했다.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단정에도 불구하고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서 기쁨의 건배를 든 성공적인 피크닉으로 남았다. 두 작가는 수년간 이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개인, 혹은 국가와 국가 간의 소통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부딪쳤고, 그 도전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 위 중간 지점에서 만나 유리잔을 ‘쨍’하고 부딪친 순간, 그 동안 쌓인 크고 작은 문제들은 화해와 신뢰로 변했다고 한다.최근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 두 나라에서 또 다른 용감한 예술가들이 나와 화해를 위한 도전에 나서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