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지촌 외에 일할 수 있는 길 닫혀있다”

두레방 박수미 간사 “현행법상 E-6 비자론 클럽활동 밖에 못해”

2009-02-15     류세나 기자
지난 1986년 미군 기지촌 부근 여성들의 인권착취와 폐해를 보고 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두레방’은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을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기지촌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은 상담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두레방, 이제 두레방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 여성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다. 의정부역에서 버스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두레방은 바로 옆에 미군 기지가 있어 기지촌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두레방을 방문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사람은 두레방에서 2년째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박수미 간사.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두레방의 활동과 기지 촌 여성들이 처해 있는 상황, 상담과정 중 느낀 것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다음은 박수미 간사와의 일문일답 요약.

-기지촌 여성들을 상담하다보면 안타까운 일이 많을 것 같다.

“두레방은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클럽에서 일을 했거나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이 있는 여성’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경우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클럽여성의 자녀나 그의 부모같은 경우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큰 병을 앓으면 이들의 월급으로는 충당을 할 수가 없다. 이럴 경우 병원에 전후사정을 전하고 치료비를 감면해주거나 보증을 서주기도 하는데 보증을 서면 고스란히 두레방 몫으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못 본 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외부에서 봤을 때 기지촌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지촌 문제는 E-6 비자가 성매매 창구로 악용되는 것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상황이 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소위 ‘양공주’로 불리는 우리 할머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 미군기지가 한국에 계속 주둔하고 있는 이상 여성들의 문제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의 외국인 여성들이 떠나도 누군가가 또 이 자리를 채우게 돼 있다. 기지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외국인 여성들도 피해자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는 질타를 받고 있다.

“‘자발적으로 외국땅에 와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왜 피해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들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이 땅에 온 것은 맞다. 그렇기에 이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비자체류 자격에 맞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돼있다. E-6 비자는 연예흥행비자이기 때문에 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일을 해야만 합법적인 노동으로 인정받는다. 다른 비자를 따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기지촌 외에서 노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닫혀있는 것이다. 몸을 파는 것이 좋아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은 없다. 그렇지만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에게 보내야하는 이들로서는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참고 있는 것이다. ‘나하고 다른 세상이야기’로 치부하며 편견을 갖지 말고 이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