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놀터, 연극 '51대49' 4일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무대 올려

오재균 작·연출 "기억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두 남자의 애처로운 평행선”

2020-03-22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극단 놀터는 기억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두 남자의 애처로운 평행선을 주제로 연극 ‘51대49’(오재균 작·연출)를 4월 4일부터 14일 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무대에 올린다. 연극 ‘51대49’ 작품의도는 40대 중반을 지나가는 두 중년 남자의 기억과 인생담 그리고 갈등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중산층의 허위와 고독, 개인적 편견과 이기심, 그리고 자기기만과 합리화 등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서로 다른 삶의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처가 어떻게 치유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종종 같은 사건에 대한 추억을 공유 하면서도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각자 서로 다름을 확인 할 때가 있다.또한 우리는 자신을 방어 할 목적으로, 혹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개인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무한히 거짓말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때로는 자신이 내 뱉은 거짓말에 자신이 속거나, 그것을 진실로 믿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그러는 것일까? 이러한 각자의 시선 차이는 정녕 좁혀질 수 없는 것일까?‘51대49’는 40대 중반이라는 인생의 정중앙, 혹은 반환점을 돌아가고 있는 두 중년 남자의 만남과 고백들을 통해,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르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 됐다.
‘51대49’는 원래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선거판에서 투표의 결과를 두고 통계적으로 사용하는 보편적인 비율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안정적 삶을 원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진보세력이 치고 올라와도, 선거 결과는 대략 보수가 51%, 진보가 49%로 나와서 언제나 보수 쪽이 승리를 차지하게 되며, 그것은 결국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막강한 1%로 작용한다는 것이다.다방면에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존중 받으며 거칠 것 없는 청년기를 보내고, 이제는 사회를 지탱하면서도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40대 중반이라는 낀 세대로 접어든 증권회사 직원 배영광.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직장에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후배에게 밀려 본의 아니게 실직자 신세가 되어 버린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졌다고 믿었던 그에게 닥친 현실은 뜻하지 않은 실직과 명품병에 걸린 아내와의 별거, 믿었던 애인의 배신 등, 최고위층은 아니더라도 안락한 중산층임을 자부하던 그에게 크나 큰 상실감을 떠안긴다.어느 날, 그런 그의 앞에 중학교 친구였음을 주장하는 천진한이 나타난다. 그는 배영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비루한 삶을 살아왔고, 그의 눈에 배영광은 모든 것을 가진 51%의 소유계층으로 분류되며 자신은 벗어날 수 없는 49%의 잉여계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배영광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생각에 자신이 51%에 속하는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는다.이렇게 생각과 상황이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은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과거사를 통해 밝혀지는 진실의 내용들은 그들의 평행선을 만나게 할 수 있을까?같은 시절과 같은 공간을 함께했던 두 친구가 30년이란 세월의 강물을 흘러 다시 만난 지금. 등장인물들이 기억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도 자신의 강물 속을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되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밑바닥으로 철저하게 몰락해가는 51%, 배영광 역을 맡은 윤상호 배우는 역할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당당한 모습 속에 감춰진 나약함과 여린 감성을 절절히 드러낸다.그 특유의 화려한 듯 순박한 이중성을 ‘51대49’를 통해 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빼앗긴 1%를 울부짖는 천진한 역의 서삼석 배우는 우리네 사회에서 더불어 보듬고 살아가야하는 49%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천진한’이라는 이름을 달고 정말 천진하게 변함없는 뚝심과 진정성을 드러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