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방향] 내년 예산 500조 넘는다
2020-03-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정부 4년차이자 4월 총선이 있는 내년 정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고교무상교육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복지를 확대하고 꺼져가는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키로 예산방향을 세웠다. 국내기업 수출과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내년 세수는 더 줄 것으로 전망돼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0년도 예산안 편성지침'과 '2020년도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포용국가 기반을 닦고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또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를 본격 도입하고 고교무상교육도 실시하는 등 교육·복지 예산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도 늘리며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확장한다. 무엇보다 안전과 국민생활 편의 등 각종 명목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확대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다음달 중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방향에 '사회적 가치'를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로 예고한 상태다. 내년 봄 총선을 감안했을 때 대규모 SOC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 규모는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 재정지출 규모를 올해 대비 7.3% 증가한 504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경제에 어려움이 있고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도 적극적 재정 운용 권고하는 점을 고려해 수익·지출 측면에서 거시 경제적 측면의 재정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고민하겠다"며 내년 대규모 예산편성을 예고했다.다만 정부는 실효성 낮은 기존 사업을 정리, 그 예산을 신규사업에 돌려 재정 확대 규모를 가능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원칙적으로 재량지출을 10% 구조조정해 충당하는 등 재정지출 효과를 높이고 민자 활성화와 특별회계·기금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정건전성 관리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수출 침체 등 국·내외 경제성장여건이 좋지 않아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다. IMF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미국의 재정정책 여력이 떨어지고 유럽 브렉시트 불확실성,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올해 세계경제를 각각 3.5%와 3.3%로 하향 전망했다. 이의 영향을 받아 국내 수출기업의 반도체, 부동산·금융 등 자산시장도 침체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전과 달리 중앙전부 일부 재원이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나 향후 채무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고려해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편 이날 예산지침 확정으로 각 부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본격 착수, 5월 31일까지 예산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한다. 기재부는 부처 간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 등 과정을 거쳐 9월 3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