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과 경찰의 잘잘못 떠넘기기, 그 날 경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2012-01-04 김하늘 기자
A면장은 감금에서 풀려나온 뒤 고통과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병원을 찾아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면장 A씨의 업무집행 미숙 탓도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한수원 본사의 도심권 재배치를 둘러싼 양북면 주민들과 경주시간의 깊은 감정 대립에서 출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는 지역주민들이 공무를 집행하는 일선 기관장에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단으로 폭행을 가한 데 대해 도를 지나쳤다는 의견을 배제할 수 없다.
수백 명의 주민들이 욕설과 함께 면장의 머리 위에 우유를 쏟아 부으며 수모를 당하게 한 행위는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스를 통해(TV화면) 이를 지켜본 많은 경주시민들은 이점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장에 경찰이 있었다는 점이다. 20여 시간 이상이나 지속되었던 치안 부재에 대해 더욱 말이 많다.
주민들이 순간순간 경찰의 눈을 피해 일을 저질렀거나 그게 아니면, 경찰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이미 결정적인 폭력행위가 종료된 상태여서 이를 우려할 수준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집단 농성으로만 판단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대해 경주경찰서의 한 간부는 A면장이 주장한 것과 달리 신체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가한 폭력행위는 절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신체에 충격을 주는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할지라도 언어폭력도 폭력이며 주민들이 집단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우유세례를 가하면서 공무책임자에게 수치심을 유발시킨 행위도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경주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선 기관장이 지역주민들에 의해 감금당한 채 오랜 시간 곤욕을 치르고 있었는데도 본청의 관계간부들은 보고를 받고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병문안조차 하지 않다가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못 이기듯 병원을 찾자 시민들은 본청의 시정책임 간부공무원들에게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3일 경주시는 "이장 임명은 시 조례에 따라 면장의 권한사항"이라며 이번 폭행사건을 경찰에 정식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북면사무소도 이장 임명 번복 논란과 관련, "주민들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요구한 후보에 대한 이장 임명은 효력이 없다" 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같은 날 A면장은 "집단폭행한 주민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다고 한다. 이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주시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앞으로 사건 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