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어떤 공연을 찾거나 보고 있을까?

2019-03-31     안미라 문화기획자 / 플랜지 대표
송성은 중국 남송(南宋)시대의 성곽과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항주의 대표적인 테마파크이다. 입구에 'TIME TRAVEL PARK'라고 쓰여진 것처럼 시간 여행을 하는 역사 테마파크라 할 수 있다. 거대한 부지에 다양한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송성 테마파크의 핵심 콘텐츠는 우리에게 송성가무쇼로 알려진 송성(宋城)천고정(千载啊情)이라는 뮤지컬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송성 테마파크는 문화공연형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테마파크 관광보다는 송성가무쇼를 보기 위한 관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성천고정(宋城千载啊情)은 송나라의 건국과 금나라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영웅 악비(岳飛)에 관한 전설, 신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공연이며, 상해천고정, 계림천고정, 장가계천고정 등 각 지역의 역사를 담아 내용이 다른 천고정 공연들을 하고 있다.얼마 전에 나도 이 송성의 천고정을 보기 위해 항주를 다녀왔다. 실물의 산수실경(山水画實景)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인상(感觉)’은 세계 공연예술사를 새로 쓴 공연으로 익히 알고 있었고, 이번에는 극장에서 펼쳐지는 ‘송성천고정’ 공연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상해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가서 본 공연은 빛과 레이저 조명과 영상 기술 등 최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환상적인 3D 무대효과와 입체적인 무대 및 연기, 퍼포먼스의 씽크 완성도는 시각적인 감동을 받기에 가히 최고였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무대 연출은 3200석(1호 극장), 4700석(2호 극장)에 앉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에게는 마치 넌버벌(Nonverbal)의 보편적, 대중적 공감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었다.송성천고정을 보는 일일 관객수는 6만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웠다. 부러웠다. 물론 여행사의 단체 관광이 큰 몫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공연의 수준이 낮다면 여행사 상품으로 지속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놀라웠던 것은 일일 관람객 수에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인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어떤 공연보다 항주 송성천고정 공연을 본 한국인이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공연을 보는 내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형 공연콘텐츠가 떠오르지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고, 중국 관광객이 홍수를 이루던 시기에 서울 명동에서나 제주도에서 중국인들은 우리의 어떤 공연들을 볼 수 있었는지, 보고 갔는지에 대해서 긍정의 마음을 가질 수 없기에 씁쓸했다. 중국의 관광형 문화공연들의 존재감과 규모와 인구수가 부러웠지만, 문화는 규모로만 보여 지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도 우리의 전통 문화콘텐츠로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고대에서 현재의 DMZ까지 역사적이고 귀한 문화 원형들이 너무나 많다. 이미 국내에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한 지역들도 있고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으로 차별화된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 등을 상징하는 지역들이다. 그러나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3시간을 달려가게 하지는 않는 듯하다. 무슨 이유일까?여행을 하는 이유나 동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여행 후의 기억과 추억도 다양하게 표현될 것이다. 그 중에는 자연경관보다 그 나라의 고유한 전통 문화나 정통 공연 체험에 관한 감동과 여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만의 역사공연 테마파크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어떤 공연을 찾거나 보고 있을까? 어떤 공연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