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내로남불의 심리학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6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하자 페이스북에 신랄한 비판글을 올렸다. 그는 “음주운전 사고를 냈으나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했다는 이철성을 기어코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다른 부서도 아닌 음주운전 단속의 주무부처 총책임자가 과거 이런 범죄를 범하고 은폐까지 하였는데도 임명한 것이다.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다. 경찰, 이제부터 이철성과 유사한 행위를 한 시민을 단속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마음은 ‘나의 비위를 덮으려면 더 센 비리를 가진 사람이 스폿라이트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2기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최정호 전 후보자를 검증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다주택자는 죄인이나 다름없다’는 것. 최 전 후보자는 똘똘한 아파트로만 3채를 소유했지만 조 수석의 검증을 통과했다. ‘검증에 문제는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입장. 조 수석은 어떤 사과나 해명도 내지 않았다. 그를 잘 안다는 여당 의원은 “조국 책임론은 권력기관 개혁을 막으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겨레 선임기자 시절인 2011년 3월 ‘왜 아직도 박정희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해야 박정희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난 애들 학원 하나 보내기도 벅찬데 누구는 자식들을 외국어고니 미국 대학으로 보내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내 봉급은 누구의 반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삶 등등.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며 박정희에 대해 “부동산값이 오르면 철퇴를 가했고 전국적으로 고교 평준화를 단행했으며 봉급은 적을망정 차별받지 않았던 직장 등등. 비록 독재를 했으나 시장의 강자들을 억누르고 약자들을 다독였다는 기억이 무덤 속의 박정희를 불러일으켜 세운 것이리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무덤에 침을 뱉는 것만으로는 그의 혼령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박정희보다 더 강하고 더 서민적인 길을 보여줄 때만이 그 향수병도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25억원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투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해당한다. 저는 그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현재 은행 불법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 1954년 12월 20일 자정 미국 시카고에서는 ‘구도자들’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외계인의 UFO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대범람으로 인해 멸망할 지구를 떠나기 위해서다. 신도들은 클라리온 행성의 외계인들이 자신들을 구원할 것이란 예언자 도로시 마틴의 말을 믿고,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해 바쳤다. 하지만 예언 속 구원의 시각인 자정을 지나서도 지구는 평온했다. UFO 역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예언자는 “밤새 앉아서 기다리는 이 작은 모임이 강한 빛을 펼쳐서 신은 지구를 멸망으로부터 구하기로 했다”고 둘러댔다. 신도들은 기쁨에 젖어 자신들이 일으킨 기적(지구를 구원한 일)을 자랑했다.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 같은 자기합리화를 ‘인지적 부조화’를 풀어내려는 인간심리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심리학자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중잣대를 버려야 ‘인지적 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