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입김에 피 마르는 중소납품업체
유통업체는 매장만 임대, 판매수수료.인건비 등 이중삼중고 겪는 중소상인들
[매일일보닷컴] 최근 발생한 한 중소기업 수산물업체 사장의 분신, 사망 사건으로 대형유통업체의 횡포가 여론의 도마에 위에 올랐다.
부산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하던 차모씨(남∙45)는 국내 최대 할인마트인 이마트와의 거래를 위해 20여억원을 투자해 납품에 성공했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장에서 퇴출당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그는 수산물 가공방법으로 특허를 받아 재기를 꿈꿨으나 이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그마저도 물거품으로 돌아가 결국 분신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회 조성구 회장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납품업체들 사이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대형할인업체를 ‘부동산임대업자’에 비유했다. 그는 “대형마트는 중소상인들에게 매장을 빌려주는 임대업자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상인들에게 매달 월세를 받는다. 거기에 물건 한개를 팔 때마다 일정액의 수수료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상인들이 지불해야하는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매장을 돌보는 직원들의 임금도 중소상인들이 지불해야할 몫이다. 판촉행사 도우미의 임금은 물론이고 매장을 꾸미는 데드는 비용 또한 각 매장주가 지불해야한다. 게다가 ‘1+1’ 상품에 대한 비용부담도 각 매장주들 차지다. ‘부동산임대업자’라는 조 회장의 비유대로 대형할인업체는 장사할 곳만 빌려줄 뿐 할인마트에서 행해지는 행사 비용의 대부분이 중소상인들 몫이었던 것.
또 일방적인 계약파기부터 재고부담 떠넘기기나 판촉비용 분담 강요, 불필요한 판매 도우미 고용 요구, 납품 단가 강제 조정, 판매 수수료율 인상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거래관계를 지속하는 이유는 납품업체들이 ‘약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 지난해 10월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납품업체의 87%가 불만을 제기했다가는 거래가 끊길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이런 부당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품 유통망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실을 꼽으며 영세납품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엄격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