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시장 200m 거리’ 이마트 공덕점 개점
“함께 갈수 없다면 같이 죽자”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인근 재래시장에서 불과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논란이 돼 온 이마트 공덕점이 12일 오픈한 가운데, 상인들과 주민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공덕시장 및 주변 재래시장 상인들은 “중소상인들을 다 죽이려 한다”고 반발하는 반면, 지역 주민들은 “불편함을 해소하게 됐다”며 반가워하는 눈치다.
상인들 “중소상인 다 죽는다” 당황
지역 주민들 “불편함 해소돼” 반색
마포구상인회총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위치한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마트가 기습적으로 개점하는 바람에 당장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이마트를 규탄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은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형마트 하나 들어오면 인근 상권 매출액이 35% 감소한다고 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이 이렇게 삭감되면 과연 누가 앉아서 당하고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에 대해서도 “이마트가 입점 된다는 사실을 불과 3일전에 통보받았다”며 “전에는 언제 오픈할지 모르겠다 말만 했다가 갑자기 기습적으로 오픈식을 한다고 통보가 와 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마트가 회원카드를 만들면 5만원 준다고 해 많은 주민들이 카드도 만들고 장도 보신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쓴 돈은 주민들을 위해 쓰이지만 이마트에서 쓴 돈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재래시장 살려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박성철 마포구상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부에선 사업조정을 신청하라는데, 다른 곳을 보면 (사업조정을 해봤자) 대형마트가 결국 중소상권을 다 장악해버린다”며 “고작해야 간판 바꿔주고 가로등 바꿔주고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래시장 없어지고 딴 데가서 뭘 하려 해도 식당이면 식당 납품이면 납품 대기업이 안하는 게 없다”며 “때문에 우리는 대기업의 직원으로 들어가든가 나라에서 영세자영업자에게 지원해주는 지원금을 받고 살든가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마포구상인회총연합회는 특히 이마트 공덕점은 이미 오픈이 돼 어쩔 수 없지만, 망원시장 인근에 입점을 앞두고 있는 홈플러스 합정점은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재래시장 상인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마트의 오픈 소식에 내심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공덕점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A씨(58)는 “상인들한테는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공산품은 여기가 아무래도 싸다”며 “그동안 용산 아니면 신촌에 있는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해왔는데 (근처에 대형마트가 생겼으니) 주민 입장으로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공덕점은 이날 오전 오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로 붐볐지만, 공덕시장은 주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탓인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의 진출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은 지난 2010년 11월 통과됐지만, 이마트측은 마포구의 조례안이 통과되기 전인 같은 해 12월 개설등록을 신청, 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점포를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