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달산업의 하드웨어 개선

2019-04-14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 최근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일명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시키고는 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플리케이션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 주문하면 된다. 과거처럼 전단지를 뒤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낯선 장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심지어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된다. 몇 번의 클릭으로 결재까지 일괄적으로 진행된다. 정말 편해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달라진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주문한 음식점에서 직접 배달을 해주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같은 음식점에 주문을 해도 매 번 배달을 해 주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왜 그런가했더니 요즘에는 음식점에서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저 시급도 오르고 주문 배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음식점들도 배달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음식배달도 아웃소싱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음식점 업주 입장에서는 이들 전문업체에 배달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배달 음식의 가격에 배달료가 좀 더 추가되곤 한다.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변화일 수도 있고 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주문 방식은 편해졌고, 음식물의 배달이라는 서비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배달 전문업체 배달원들의 위험한 행태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다. 배달의 방식인 소프트웨어 부분은 큰 성장을 이룬 반면, 실질적으로 배달을 담당하고 있는 하드웨어 부분은 더욱 악화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인도 위를 마구 내달리고 대로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며 곡예 운전을 하며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있었던 현상이긴 하지만, 요즘은 그 수위가 높아졌다. 사실 이 문제는 최근 배달 대행업의 구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전문 배달원들은 배달할 때마다 수수료를 제외하고 건당 수익을 배분받는 간접구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음식점의 직원으로 소속되던 것과는 다른 고용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배달원들 입장에서는 빨리 배달을 해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배달원 개개인의 일탈적 행위를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음식 배달원들의 행태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소한 부분에서 많은 혜택과 편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식음 배달업과 같은 서비스업의 경우, ICT의 발전으로 소비자와의 접촉방식은 편리해 졌지만 하드웨어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편리함의 이면에 20~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위험과 불편함이 숨어 있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진정한 ICT의 혜택은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는데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IT강국이자 5G 상용화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지금 문뜩, 과연 진정한 우리의 하드웨어 수준은 어디쯤 인지 궁금해진다. ICT를 이용하여, 주문과 소비의 행태는 화려하게 치장되어 왔지만, 그 이면에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ICT의 활용이란 소프트웨어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하드웨어 부문까지 그 혜택과 변화가 연결되어야 한다.

세계는 우리의 식음 배달문화와 비교되는 혁신을 시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존이 최초로 드론을 통한 상업배달에 성공한 것이 2016년이다. 뒤이어 도미노피자도 뉴질랜드에서 드론을 이용한 피자배달을 시작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스타벅스 멍샹샤오쩐(梦想小镇)에서는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커피배달에 나섰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배달 서비스 혁신은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고 먼 이야기처럼만 보인다. 아직도 젊은 배달원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위법의 선을 넘나들며 각종 사고위험에 몸을 맡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