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셋값 하락…세입자는 불안하다

전국 전세 아파트 52% 2년 전보다 가격 내려
전셋값 24주 연속 하락…세입자 불안 ‘최고조’

2019-04-14     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아파트 전셋값 하락으로 ‘깡통전세’와 ‘역전세’가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증금을 떼이거나 제때 돌려받지 못할까 봐서다.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세 거래된 전국의 아파트 중 52%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28.1%, 수도권은 46.5%, 지방은 60.3%의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했다.서울 송파구 송파동 ‘한양아파트’ 64㎡은 2017년 3억2000만~3억8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올해 2억7000만~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경기도 안성시 석정동 ‘신원아침도시’ 84㎡도 같은 기간 전셋값이 1억9000만~2억3000만원에서 1억4000만~1억7000만원으로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지방은 사정은 더 나쁘다. 경남 거제시 장평동 ‘코아루 아파트’ 84㎡는 2년 전 1억8000만~2억5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1억3000만원~1억5000만원까지 급락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 ‘현진에버빌’ 83㎡도 2년 전보다 5000만원 내린 1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전셋값이 하락해도 집주인이 여유자금이 많으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갭투자자라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충남 천안 등에 주택 270여 가구를 보유했던 한 다주택자는 세입자들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다. 세입자들에 따르면 이 다주택자는 역전세가 심해지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허위 채무를 만들어 경매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앞서 창원에서는 아파트 192가구를 보유한 한 임대사업자가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해 세입자들은 보증금 반환은 물론 이사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 소형이라 전셋값이 1억원을 넘지 않지만 경매에 넘겨지면 세입자들은 재산피해를 입을 수 있다.문제는 이 같은 전셋값 하락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6%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2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수요로 인한 매매가 하락 등이 전셋값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며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단기적인 하락으로 그칠 수 있지만 지방은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전세 보증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총 2515건의 분쟁 조정 중 1801건(71.6%)가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집주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의사 통지를 하지 않으면 신청이 자동 기각돼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