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명박, 탈출구 찾아라

연거푸 터지는 ‘총선 惡材’에 곤혹스런 靑…난국 돌파 해법 어떻게 찾나

2009-03-07     최봉석 기자

총선 D-30…청와대, 총선승리 ‘묘수찾기’ 물밑작업 중?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악재, 4월 총선서 표심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민생 챙기기’ ‘경제 살리기’ 통해 나름대로 ‘해법찾기’ 작업 진행 중?
언론 “청와대, 이 대통령 측근 불러 ‘총선 대책 논의했다’” 집중 보도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 총선대책위원장? ‘지적’에 청와대 “사실무근”

 
[매일일보닷컴]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청와대가 사실상 장고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9일을 기준으로 총선은 정확히 한 달이 남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쓰나미가 밀려오듯’ 밑도 끝도 없이 터지는 악재로 인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때문에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청와대 나름대로의 ‘묘수찾기’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국이 안정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꺼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으로 대통령의 이 같은 바람은 현실과 조금씩 멀어지게 되는 모습이다. 이미 한나라당 안팎에선 총선 압승은 커녕, ‘총선 안정론’마저 위협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 전가를 청와대로 돌리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겉으로 볼 때 청와대는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정치권 일은 정치권’ ‘청와대는 국민을 위해’라는 청와대 본연의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내정’한 주요 인사들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뇌물 수수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의 곁을 떠났고,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으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등 ‘이명박 호(號)’가 임기 초반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임기 내 정국 안정을 위해 이 대통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

무려 세 명의 장관 후보자를 떠나보낸 뒤 ‘불안정한’ 초대 내각을 꾸린 이명박 대통령이 또다시 좌불안석이다.김성이 장관 후보자와 박미석 수석의 거취 문제가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것도 모자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를 임명한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격으로 4월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이라는 메가톤급 변수마저 청와대를 덮쳤다.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영남 편중 인사’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상황에서, ‘삼성 떡값 수수’ 의혹(그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힌 상태다)까지 받고 있으며 지난 7일 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두 아들에 대한 증여세 6천만원을 포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이에 대해 김 내정자 측은 “두 아들에게 어릴 적부터 용돈을 조금씩 줘서 2000년에는 각각 6천만원 정도 있었다”며 “이후 둘째아들은 결혼축의금으로 들어온 돈이 3천만원 정도 있고, 맏아들의 고시원 전세금 3000만원 등에 대한 증여세는 이미 냈다”고 해명했지만,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의 공세는 그야말로 융단폭격 형국이다.통합민주당과 우상호 대변인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삼성 떡값) 명단에 이종찬 민정수석 비서관과 김성호 국정원장,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황영기씨가 포함돼 있다”며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부정부패와 싸워야할 국가 기관 수장들이 오랜 기간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삼성 특검은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며, 당사자들은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우 대변인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겨낭, “이분들이 중요한 요직에 포함됐다는 것은 정부의 검증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에 이어 ‘떡값 정부’라는 소리를 듣게 돼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삼성특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3명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게 아니라 사실 진위를 밝히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들에 대한 임명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재벌내각, 땅 투기, 논문표절, 의료보험 무임승차에 삼성 떡값까지 어떻게 이런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이명박 정부는 이들 3명에 대한 납득할 만한 조치와 더불어 부적격자로 판명된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와 박미석 사회정책 수석의 교체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곤혹스런 청와대

사정이 이렇자 청와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김성호 내정자와 함께 ‘떡값 명단’에 포함된 이종찬 민정수석 역시 영남 출신의 ‘사정라인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길가는 사람에게 당신은 미친 사람이라 하고,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야권의 주장은 ‘사실무근’임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건에 대한 정치권과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분노 역시 청와대를 피곤하게 하고 있다. 야당은 ‘방송 통신 장악 음모’라며 아예 청문회 일정 조율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언론 시민단체는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는 등 거세게 반발하며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새언론포럼,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했다.통합민주당 이광철 의원,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 새언론포럼 최용익 회장,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등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구상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이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최시중씨는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말과 함께 ‘정치 멘토’로 불리고 있다”며 “대선시기 선대위 고문과 6인 위원회의 핵심인물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은 물론 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띠는 방통위원장에 적합한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들은 특히 “이 대통령 측과 한나라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면서 “대선만 끝나면 방송을 굴복시키겠노라고 공언해왔는데, 방송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려는 음모와 최시중 씨 내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꼬집었다.새언론포럼은 이 자리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논의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이번 인선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놀라울 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새언론포럼 최용익 회장은 “이 대통령이 최시중씨 내정을 강행할 경우 지난 20년 간 방송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진전시켜온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씨를 두고 이처럼 각계각층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언론단체는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 오만과 독선 놀라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시중씨는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대통령의 최측근 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면서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이처럼 ‘내각 부실 인사’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양한 ‘총선 악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해결방안을 위한 해법찾기에 나서고 있다.청와대는 외견상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뜻하지 않았던 야권과 시민단체의 공격에도 ‘민생 챙기기’ ‘경제 살리기’ 등 국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특히 ‘사제단보다는 이종찬 민정수석 등의 말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강한 돌파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의 ‘초연함’과 달리 청와대를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를 하루 빨리 걷어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공식 일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참모들은 대통령 방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거센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 측이 만약 총선을 앞두고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될 경우,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위한 공식 채널이 가동됐다는 ‘확인되지 않는’ 얘기 -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함 - 마저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어찌됐든 청와대의 이 같은 분위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 정치권의 또 다른 대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적 영역에서 기본권 행사를 주장하자,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높다”며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지적한 바 있다.그러나 일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핵심측근인 정두언, 박형준 의원 등을 잇따라 청와대 관저로 부르는 등 ‘총선과 거리 좁히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들과 한나라당 공천 갈등과 수도권 민심 동향, 민주당 공천 움직임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낮, 측근인 정두언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관저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했고, 5일 오후께 또 다른 측근인 박형준 의원을 불렀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냐는 것.

이 대통령, 측근들과 무슨 얘기 나눴나

이틀에 걸쳐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과 총선 상황, 공천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정두원 의원은 최근 인사파동 등에 따른 민심의 동요와 개혁공천의 필요성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게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이다.이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강도 높은 개혁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4월 총선 때 수도권 등지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해고, 이에 이 대통령은 작금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며 과반수 획득을 위한 총선 전략 전반의 재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 공천 문제에 게입하는 듯한 모습이 제기되자 박근혜 측은 또다시 발끈하고 있다. 박근혜 측에선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영남과 수도권에 친 이명박계 중심의 공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 다시 말해 박근혜계는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측은 청와대의 초청 보도와 관련, “그런 대화를 나눈 일도 없다”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 의원은 그런 대화를 나눈 일도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며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이 대통령이 마치 후보 공천 문제에도 개입하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되자 정두언 의원 역시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언론사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발 나아가 “만일 상응한 조치가 없을 경우 필요한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나타냈다.청와대와 정 의원의 이 같은 반응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는 야권의 거센 공격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임기 초반, 이명박 대통령의 잇따른 구설수로 인해 한나라당의 표심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또 다른 행보가 자칫 구설수에 오를 경우, 4월 총선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청와대와 이 대통령의 측근들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압박하며 청와대에 책임 떠넘기기를 시도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6일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개입 중단하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도 ‘한나라당의 총선과반수 압승’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언론) 보도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총선대책위원장으로 직접 나선 것”이라고 질타했다.이들은 이어 “(이 대통령은) 이제 의회마저 한나라당 일색으로 만들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려는 것인가”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당, 정, 청을 모두 장악한 채 독선적 국정운영을 하려는 제왕적 발상에 다름 아니”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