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비판, 대북특사·남북회담에 장애 안돼"
국가정보원 산하 전략연구원 시정연설 분석/ 북미간 제재 문제 넘어 협상의제 다양화 관측도
2020-04-15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의 관측이 나왔다. 전략연은 국가정보원 산하 전문연구기관이다.전략연은 이날 ‘최근 북한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12일)이 남북정상회담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전략연은 이를 두고 "미국이 아닌 한 편에 서달라는 불만의 메시지"라면서도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입장 청취 및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므로 특사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북회담 결과 전달 요청 및 북한의 상황파악 필요는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 수행에 긍정 여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전략연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는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북제재 완화 이외에 또 다른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로 인해 협상 의제가 더 다양화될 수 있다고도 봤다. 전략연은 "(김 위원장이) 제재 따위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 경제적 보상조치의 교환이었다면 북미간 교환할 콘텐츠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이와 관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전날 "조선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 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등 체제보장과 관련된 의제들이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전략연은 3차 북미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는 "실무회담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에 있어 "실무협상이 부족했던 하노이 회담의 반면교사 측면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회담 개최 전에 북한과 미국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든 다음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전략연은 또 김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두며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것은 제재 무용론 설파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대선 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을 천명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