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법인세율] 美·日 보다 높은 韓법인세…프랑스 다음으로 높다
선진국 정책과 다른 행보…글로벌 경쟁력 후퇴 우려
OECD 중 7번째로 높아…외국 기업 투자도 줄어
2019-04-17 김덕호 기자
[매일일보 김덕호 기자] 경제 불황에도 우리 기업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한 결과 한국과의 세율 역전에 성공, 적극적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1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38개 대기업의 법인세 비용이 전년 대비 42.5% 급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은 2018년 제정된 법인세율 인상을 적용받았고, 부담하는 최고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올랐다.문제는 법인세율 인상과 기업의 국내투자 간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아베 내각이 자국의 법인세율을 인하하며 내수 경기 진작에 나서는 이유다.미국은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으며, 일본은 34%이던 법인세율을 20%선까지로 내리며 '잃어버린 20년' 극복에 시동을 켰다.국내 기업들의 세 부담이 큰 것은 OECD국가별 통계에서도 나타난다.우리 기업이 내는 최고 법인세율 25%는 G7국가 중 프랑스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OECD전체 가입국 중에서는 프랑스, 호주, 멕시코, 벨기에, 그리스, 뉴질랜드에 이어 7번째로 높다.이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선진국들의 정책과도 다소 다른 추세를 보인다.최근 5년간 OECD 회원국 중 법인세를 내린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이스라엘, 벨기에, 스페인 등 14개국에 달한다.반면 법인세 인상 국가는 한국, 라트비아, 칠레, 그리스, 터키, 슬로베니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법인세 부담 비중이 대폭 증가하면서 미국, 일본은 물론 영국·독일 등 선진국들과의 세율 역전 비율도 높아졌다.한국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늘어났지만 미국은 21%로 인하했고, 이탈리아(24%), 일본(23.3%), 미국(21%), 영국(19%), 캐나다·독일(15%) 등과의 경합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이에 한국과 미국 대표 기업들의 세 부담도 크게 엇갈렸다.삼성전자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이 14조원(2017년)에서 16조8000억원(2018년)으로 20% 급증하는 사이 법인세 부담률은 24.9%에서 27.5%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의 법인세부담률은 24.5%에서 14.8%로 내렸다.이 기간 헝가리는 10년간 법인세 환급 등 강력한 지원책을 제시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9452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 건설을 결정했고, 삼성SDI는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반면 외국기업에 대한 세 부담이 가중된 결과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는 크게 줄었다.지난해까지 외투 기업은 업종, 투자금액별로 최장 7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100% 감면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법인세 인상 효과가 발생하면서 올 1분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한 3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1분기(23억5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분기별 증감률도 하향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대비 13.6%p 떨어지는 등 2분기 연속 하락 중에 있다.이에 경제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의 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실적 지표들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이어 “지난해까지 기업 실적 증가를 견인했던 반도체업종의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 세제 혜택 등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 라고 강조했다.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OECD 회원국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올리며 이를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법인세율이 높다면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