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계절을 만끽하자

2020-04-18     송병형 기자
올까 싶은 봄이었지만 이틀에 한 번 남짓 제법 쾌청한 하늘과 구름도 보이고 남은 벚꽃잎이 바람에 떨어진다. 완연한 봄기운이다. 겨울의 기억이 남아있어선지 이때야말로 봄기운을 피부로 느끼는 시점이 아닐까싶다. 얼마 전 만난 윤위동 작가는 이런 이치를 필자보다 먼저, 그리고 더 깊이 깨달은 이다.개인전을 준비 중인 윤위동 작가는 원래 극사실 인물 회화로 유명한 작가다. 특히 수채화 물감을 사용해 인물을 마치 사진처럼 묘사한다. 알다시피 수채화 물감은 디테일한 표현이 쉽지 않은 재료다. 그런데 최근 그의 작업에서 인물이 사라졌다. 대신 흙, 모래, 돌, 물방울, 곤충, 새가 새로운 모티브로 등장했다. 인물과는 연을 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왜일까.현재 장흥 가나아틀리에에 입주해있는 작가는 작업실에서 작업에 전념하는 시간 외에는 작업실 근처를 산책한다. 이때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이 돌, 낙엽, 곤충들이란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것들이 자신에게 특별해졌다고 했다. 특히 돌이 그렇단다.“돌은 고생을 많이 해요. 모래가 돌이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합니까. 용암을 만나 그 뜨거움을 견뎌내야 하죠. 더 무거운 돌에 짓눌리는 것을 견뎌내죠. 바닷가에 있는 돌은 너무 센 파도를 만나서 그런지 사포질한 것 마냥 반짝반짝해요. 고생을 정말 많이 해서 반짝반짝해지죠. 돌들은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요.”작가 윤위동에게 돌은 자신 그 자체다. 그리고 돌에 희망을 담는다.“세상에 너무 화가나 머리를 밀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제 머리가 돌을 닮아 있더라고요. 이후로 돌에 제가 더 투영이 되요. 고생을 해봐야 고생이 보인다고 돌이 고생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나비들이 비를 맞는데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드는 것은 가장 극적인 모습인데 금방 없어지잖아요. 비는 또다시 내리니 다시 또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든다는 순환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화면에 물방울을 함께 그려요. 흙과 모래에 물이 있어야 돌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작가의 말을 듣고 난 뒤 산책길에서 만난 돌맹이들이 달라 보인다. 자세히 보니 겨울에 봤던 돌맹이에선 보지 못했던 따뜻한 물기가 햇빛에 반짝이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