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화축제의 매력적인 플랫폼 ‘영화제’

2019-04-22     안미라 (전)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올해도 영화제 시즌이 돌아왔다. 5월 2일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6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8월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9월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로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다. 언급한 영화제들은 매년 심사와 평가를 통해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는 국제영화제들이다. 이러한 영화제들 외에도 독립영화제, 단편영화제 등 크고 작은 많은 영화제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정체성을 확립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다.

영화 관람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여가문화이다. 극장에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언제, 어디서나 내가 선택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편리한 플랫폼(platform)으로 영화 서비스(service)를 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국내외 영화제를 기꺼이 찾아가는 관객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제 핵심 콘텐츠가 ‘영화’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평소에 볼 수 없거나, 접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선정하여 상영한다. 헐리우드나 일본, 중국 영화만이 아닌 전 세계 다양한 국적들의 영화나 작품성, 화제성, 장르적 특성 등이 공존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제가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제는 영화보기의 매력적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영화제를 찾게 하는 또 다른 매력은 영화제 장소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영화를 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제 관객들 속에 속한다는 소속감과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특별한 축제의 느낌을 가지게 한다.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s)이 다 올라갈 때까지 나가지 않고 박수로서 영화와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수준 높은 극장 에티켓은 역으로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게 하는 묘한 뿌듯함을 준다. 이는 영화제 관객들 스스로가 영화제 행사 참여에 대한 품격과 권위를 재생산하면서 만들어낸 멋진 관람 문화이다.

한편 영화제는 영화의 축제이며 관객들의 축제이지만 영화인들의 친선과 교류, 네트워크의 장이 되는 영화인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은 관객들과 영화인들 특히 영화감독, 영화배우, 영화음악작곡가 등과 상호간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며, 영화 관람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소통하는 시간도 아주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폭넓은 소통은 일반적인 영화 관람이나 극장 체험과는 전혀 다른 영화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마다의 영화제 정체성에 부합하는 영화제작, 영화음악 아카데미,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등의 실제적이고 유익한 프로그램들 또한 영화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영화와 여행’을 충족시켜주는 영화제의 멋과 맛 체험을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참여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니 혼자라서 더 좋을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네모난 프레임의 안과 밖이 주는 교감을 오롯이 혼자 느끼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올해 찾아가는 영화제에서 나의 가슴에 품을 만한 인생 영화 한 편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