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신용카드 IT시스템 수출 전략’ 일본에 通했다

정태영 부회장, 국내 시스템 일본에 직접 소개…‘H-ALIS’ 수출로 5년간 2700억원 매출 기록 예상

2020-04-25     박한나 기자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디지털 철학이 담긴 금융 IT 시스템이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현대카드는 IBM 재팬의 자회사인 ‘엑사 시스템즈(이하 엑사)’에 차세대 신용카드 IT 시스템인 현대카드의 ‘H-ALIS(Hyundai-Advanced Library Card Information System)’를 수출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현금 외 결제 비율은 채 20%가 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수단을 사용하기 힘든 점을 일본에서 불편한 사항으로 꼽는 외국인들도 많다.현금 선호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경제통산성)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도쿄 올림픽 기간 중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입을 수 있는 손실만 1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 은행들이 현금 조달과 ATM 기기 관리에 쓰는 비용은 연간 약 20조 원에 달한다.내수경기 활성화나 세원 투명화 같은 신용카드를 활용한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해 8월, 일본에서는 ‘캐시리스(Cashless) 추진협의회’라는 민관협의체가 출범했다. 이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 엑스포 등에 맞춰 현금 외 결제 비율을 지금보다 4배 가량 높은 8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정태형 현대카드 부회장은 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 현대카드의 앞선 IT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일본 측에 소개했다. 일본 측 관계자를 만나 직접 능숙한 일본어로 PT를 진행할 정도로 큰 역할을 했다.현재 일본에서 카드를 발행하는 기업은 약 300여 개. 전체 300여 곳 중 200여 곳은 카드사업에 대한 IT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위탁 운영을 하고 있고, 자체 IT 시스템을 운영 중인 기업은 100여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재 현대카드 시스템보다 10년 이상 낙후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현대카드는 일본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엑사의 신용카드 IT시스템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참가했다. 현대카드의 전략 무기는 H-ALIS. 매월 1억5000만건 이상의 카드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현대카드의 IT 역량이 결집된 H-ALIS는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실시간으로 대규모 매입‧매출, 입‧출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또 고객이나 상품 특성에 따라 시스템을 유연하게 재구성해 활용 가능하며, 신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상품개발력도 뛰어나다. H-ALIS는 결제일 자유선택과 카드 즉시발급, 앱에서 자유롭게 신용카드 사용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락(Lock) & 리밋(Limit)’, 여러 장의 카드 혜택을 플레이트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대카드 카멜레온(Chameleon)’ 등 일본에는 존재하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와 정보보안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사토 마사노리 뷰르가(Buerger) 컨설팅 이사는 “현재 많은 일본의 신용카드 IT 시스템이 복잡한 대규모 시스템 형태로 구축돼 있어 빠르고 유연하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시스템을 수정하기 힘들다”며 “H-ALIS는 현금 없는 시대(cashless era)가 도래하면서 맞게 될 다양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뛰어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H-ALIS는 이번 일본 IT시장 진출로 패키지‧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판매와 컨설팅 수익은 물론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수익으로 향후 5년간 약 27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수적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일본 신용카드 시장 공략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성과는 IT 솔루션 전문기업도 아닌 국내 금융사가 금융선진국으로 평가되는 일본에 IT 시스템을 수출한 최초의 사례여서 더욱 이례적인 결실로 평가된다.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금융 특성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나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현대카드는 이 같은 난제를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 역량과 일본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