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물건’은 어떤지 궁금해서 그만…”

호기심 발동한 20대男, 찜질방서 미국인 남성 중요부위 훔쳐보다 덜미

2009-03-21     류세나 기자

휴대폰 불빛 이용해 ‘중요한 곳’ 관찰 ・ 추행
피해자 “합의금 필요없고 강력처벌 해 달라”
담당 경찰 “피의자 성적취향이 의심스럽다”

[매일일보닷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08년 3월 현재, 불법체류외국인들을 포함한 국내 거주 외국인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국민이 더 이상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을 ‘신기함’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외모가 아닌 ‘그것’의 생김새는 궁금했나보다. 지난 16일 한 남성이 찜질방에서 잠들어 있던 미국인 남성의 은밀한 곳을 관찰, 강제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인 즉, 외국인의 ‘물건’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는 것. 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들은 이 남성이 혹시 게이는 아닌지, 여성성을 가진 남성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그 황당한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지난 16일 새벽 6시경. 전날인 15일 저녁부터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신 박 모씨(28・ 의상디자이너)는 지인들과 헤어진 후, 평소 자주 가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찜질방을 찾았다. 이 사우나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우나를 마친 후 수면실에서 선잠을 자고 있던 그는 새벽 6시경 눈을 떴다.

그때까지도 취기가 남아있던 박 씨의 눈에 미국인 남성 D씨(27・ 영어강사)가 들어왔다. 박시에 따르면 당시 남성전용 수면실에서 잠들어 있던 D씨는 하반신을 수건으로만 가린 채 잠들어 있었다. 수건만 걸쳐진 D씨의 몸을 본 박씨는 외국인의 ‘그것’은 자신의 것과 다른지, 아니면 같은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박씨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수면실이 어두웠기에 작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됐기 때문.
이에 대해 박씨는 경찰에서 “외국인의 성기를 실제로 본적이 없어 외국인의 ‘그것’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국인의 것과 다른지, 크기는 어떤지 궁금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휴대폰의 조명을 켜고 D씨의 은밀한 곳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그의 무모한 행동은 계속됐다. 급기야 D씨의 중요부위에 손을 댔고, 갑작스런 낯선 손길의 침입(?)에 잠들어 있던 D씨가 깨고 말았다.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릴 일?’ D씨의 진술에 따르면 D씨가 눈을 뜬 순간 박 모씨가 자신의 하반신 즉, 중요부위에 얼굴을 대고 그 곳을 휴대폰으로 비추고 있었다.

놀란 D씨는 핸드폰으로 자신의 중요부위를 찍었을 것이라고 판단, 박씨에게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자신의 ‘변태스러운’ 행위를 목격 당한, 그것도 범행의 대상이었던 D씨로부터 발각된 박씨는 휴대폰을 넘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씨의 황당한 행동에 화가 난 D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고자 했지만 한국어가 서툴렀던 D씨에겐 언어의 장벽이 높기만 했다. 이에 D씨는 옷을 부랴부랴 챙겨 입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 나섰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D씨에겐 언어만큼이나 경찰서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마포구에서 서대문구까지 달리고 달려 D씨는 지구대 한 곳을 찾았다. D씨가 뛰어다니며 발품을 판 덕분에 애초에 사건 발생장소가 마포 경찰서 관할구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접수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인 서대문 경찰서가 D씨 사건을 맡게 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찰만 했다더니…결국 ‘손댔다’

한편 용감한(?) 행동을 감행했던 박씨는 D씨가 눈앞에서 사라진 후 마음이 편하기는커녕 좌불안석이었다. 자신의 휴대폰을 D씨가 가져갔기에 경찰이 자신을 찾아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죄를 자진납세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결국 피의자 박씨는 지난 17일 미국인 D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사건을 담당한 서대문 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할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던 피의자 B씨는 ‘휴대폰을 찾으려고 전화했다’며 자신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고, 경찰의 출석요구에 자진 출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자진 출두한 것과 달리 처음부터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처음 경찰에서 “‘외국인의 성기는 어떻게 생겼나’하는 호기심에 휴대폰 불빛으로 비쳐봤다”면서 “중요부위의 사진을 찍거나 만지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핸드폰 고리가 닿아서 D씨가 깬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D씨는 “누군가가 나의 중요부위를 만지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박씨가 내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합의하지 않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합의금이 아닌 박씨의 처벌”이라고 강경하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 경찰측 관계자는 “피해자 D씨는 성추행 당한 사실이 수치스럽다며 박씨의 처벌만을 요구했다”면서 “실제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합의금을 받고 끝낼 수 있었겠지만 계속되는 D씨의 합의 거절에 피의자 박씨도 ‘D씨의 성기를 만진 것 같다’고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남다른 성적취향을 지녔다?

박 모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나 여성성을 지닌 남성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나는 성적취향이 독특한 사람이 아니다. 수건으로 그곳만 가리고 자고 있는 외국인을 보니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며 용서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성적취향이 독특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남자라면 동성의 성기를 관찰하고 만지는 일은 저지를 수 없다”며 박씨의 성적취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박모씨가 남성을 좋아하는 성향을 지닌 사람일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경찰조사에서 밝힌다면 비슷한 수법의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지에 대한 여죄를 추궁할 수 있기에 일부러 자신의 성향을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