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먹는 ‘한국투자증권’

2004-11-08     파이낸셜투데이

“정상화까지 공적자금 1조6천억 더 투입한다?”

한투증권이 최종인수가격인 5462억원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동원금융지주으로 넘어갔다.
어찌 보면 금융 구조조정을 서둘러 매듭짓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차기 공적 자금 약 1조6천억원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정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투는 5조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데다 앞으로도 예측불허의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은 우선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금융감독위원회의 지도비율 하한선 150%에 맞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영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도록 하려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환란 이후 투입된 총 공적자금 160조원에서 40%를 회수했다’는 식으로 매달 공적자금 회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동원금융지주, 5462억에 한투증권…公자금 부담 등 적정價 논란
“5000억원 회수위해 10배가 넘는 자금을 투입”

그러나 업계에서는 “적정가격은 차치 하더라도 불과 500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그 10배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또 이러한 의문은 부실문제가 처음 불거졌을때 과감히 정리 못한점과 4조9000억원이나 투입하고 4년이나 지난 시점에 다시 1조6000억원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입된 공적자금은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정상화 용도로 투입될 막대한 공적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매각가격은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투증권이 6월말 현재 순자산 부족규모가 6천200억원에 이르는 등 재무 구조가 취약한데다 추가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예상외로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근거로 5천억원선이 적정가격이라는 견해도 많다.

특히 사후손실보전 규모도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100억∼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게 공자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울러 투신 구조조정의 대미(大尾)를 장식해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기여하는 `무형적 이득’은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공자위 관계자는 “금융기관 매각가격을 단순히 상품을 주고받듯이 가격을 따질 수는 없다”며 “한투증권의 구조조정이 완료됨으로써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는 국내 경제에 상상하기 어려운 이득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 4조9천억원은 IMF사태 이후 대우 환매채 상환 등 국내 경제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매각가격이 헐값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매각가격이 낮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한투증권 매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이냐를 보는게 중요하다”며 “한투증권이 기관투자가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면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원노조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더 크다”
한투노조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동원지주 거부”

어쨌든 정부의 이같은 논리와는 달리 동원증권 노조는 한투인수에 내심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업계내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인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떨치지 못하기 때문.

한 노조 간부는 “한투증권 인수는 예상됐던 일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상황을 보아가며 대응해야겠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감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한투증권을 인수하면서 회사가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당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며 “다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 알기 어렵고 구체적인 정보도 없는 단계여서 직원들간의 화제거리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투노조는 “고용보장이 수용안되면 거부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통합과정에 난항이 예견되고 있다.

한투증권 노조위원장은 “동원지주와 본계약이 이뤄진 후에 고용보장, 독립경영, 노조승계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겠다”며 “우리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동원지주를 거부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30년간 자산운용시장에서 맏형노릇을 해왔던 회사가 관치금융 등으로 어려워져 매각되니 착찹하다”며 “중간에 잘못된 과정이 없었더라면 유수금융기관 못지 않은 회사가 되고 공공성이 있는 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같은 매각협상 타결로 증권, 투신업계는 대형화 경쟁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우선 한투의 투신수탁 운용자산 규모를 업고 단숨에 업계 1위로 급부상하게 됐고 증권부문 수탁액은 삼성증권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또 동원·한투 연합체는 삼성증권,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하나·대투 연합체, 내년 2월 출범이 예상되는 우리·LG투자증권 등과 함께 업계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투의 정상화에는 아직 많은 고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 매각은 ‘감자→공적자금투입→동원 인수’등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한투의 이월 결손금은 5조6천218억원으로 자본금은 5조원을 넘는다. 결국 한투의 기존 자본금을 100% 감자해도 자기자본은 -6천218억원이 된다.

따라서 완전 감자후 정부가 투입해야 할 최소한의 공적자금도 6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증권사 정상영업의 기준인 영업용 순자본 비율 150%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될 공적자금 규모가 얼마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공자위 관계자가 “2조원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1조6천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시세변화로 장부가에 반영된 자산가치를 재평가하거나, 소송패소 등에 따른 우발채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동원에 제시할 사후손실보전 규모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