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총선]야권연대 물 건너 가나?
민주-진보, ‘공천 지분’ 놓고 갈등 증폭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여야 정치권에서 공천개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천권 배분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최근 양당이 정당지지율로 단일후보 공천권을 배분하는, 이른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민주통합당에 요구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상태다.
통합진보당 "석패율제 한나라-민주 승자독식 담합"
민주당 “獨정당명부제보다 석패율제가 훨씬 현실적”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최근 국회 정개특위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선관위가 제시한 석패율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이 제안한 정당명부제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석패율제는 정당이 열세지역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시킨 뒤 높은 득표를 얻고도 아쉽게 패배한 후보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새해 들어 이 제도의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 것.
선관위안은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그 지역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은 경우 석패율제를 적용토록 했고, 양당은 의석 비율을 10분의 1로 수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석패율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에서 유효투표수의 10% 이상을 득표하고도 낙선한 후보 중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은 시·도별로 지역구 후보자 2명 이상을 비례대표 명부에 함께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석패율제 합의에 반발하면서 정개특위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다.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후보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석패율제에 부정적이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공동대변인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통합당이)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도 서로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야권 연대가 제대로 될지 큰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앞서 25일에도 "(여야가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를 유지하기 위한 담합"이라며 여야의 석패율제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두 당의 가장 큰 기득권인 지역패권의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석패율제를 도입해 마치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양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이라며 양 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의석수 당지지율에 비례해야
통합진보당은 현재 정당의 총 의석수가 득표율과 비례하도록 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민주통합당에 제의한 상태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행 소선거구제가 국민의 지지를 왜곡하는 한계가 있다는 공동 인식에서 출발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동공약으로 합의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총선에서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동일하게 하고 유권자가 1표를 지역구 의원에, 다른 1표를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총선을 치른다.
각 정당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미리 발표하고, 후보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겸할 수 있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에 의해 당선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정당의 총 의석수는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 없이 지지율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총 의석이 100석인 경우 30%를 득표한 정당은 30석을 배분받게 된다.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적은 진보 정당들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다. 통합진보당 등 군소 정당들은 지역주의와 선거 결과 왜곡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 대변인은 27일 "석패율제의 지역주의 완화 효과는 각 지역에서 1~2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하다"며 "그렇다면 현재의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수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지지율에 비해 많은 의석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다. 정당명부제 도입을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동일하게 조정하는 등 선거제도 전반을 개편해야 하는데 4.11 총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석패율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차선책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 도입을 고려할만 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오는 2월 초까지 ‘공천 지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때까지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가시지 않을 경우, 야권연대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특히 야권은 수도권에서 한 지역구당 평균 5~6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는 등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앙당 차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후보 난립에 따른 지지층 분산으로 총선 판을 낙관하기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