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들어온 순간 나도 모르게 힘껏 깨물었다”

20대 男, 여아 성추행 뒤 혀 잘린 사연

2008-03-28     류세나 기자

성폭행 3범 ‧ 강도 2범의 화려한(?) 이력에 “별 하나 더 추가요~”
실연 당한 후 여자에 대한 증오심 키워…“우발적인 범행이었다”

[매일일보닷컴] 누구나 한번쯤 음식물을 섭취하던 중 치아를 잘못 부딪쳐 혀를 깨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살짝 깨물었을 뿐인데도 그 따가움과 통증은 상당하다. 혀는 인체에서 가장 감각이 뛰어난 부분 중 한 부위로 일반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미각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섬세한 기관이다. 때문에 혀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다른 피부로 느끼는 통증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혀의 일부가 잘려나갔다면? 그 고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하다 혀가 잘린 20대 남성을 성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남성은 지은 죄가 있어 혀의 일부가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도망 다녀야만 했다. 이 남성의 사연을 <매일일보>이 따라가 봤다.

자박자박……. 뚜벅뚜벅……. 지난 2월 28일 밤 11시경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가 골목에 두개의 발걸음 소리가 똑같은 템포로 울려 퍼졌다. 그러다 갑자기 ‘뚜벅뚜벅’ 뒤따라 걸어오던 발걸음 소리가 빨라졌다. 이윽고 두개의 발걸음은 멈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전 상황은 이렇다. A양(12 ‧ 초등생)은 늦은 시간까지 친구의 집에서 놀다 귀가하던 중이었다.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검은 그림자 이모(27 ‧ 대학생)씨의 존재를 몰랐던 A양은 주택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집 쪽을 향해 걸어갔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A양이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뒤 따라오던 이모씨는 A양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면서 “난 칼을 가지고 있으니 조용히 따라오라”고 위협해 어두운 지상주차장으로 끌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모씨는 실제로는 칼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겁에 질려있던 A양이 이러한 사실을 눈치 챌 리는 만무했다.

A양을 주차장 한켠으로 몰아세운 이모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A양이 저항할 수 없도록 무력을 쓴 이모씨는 A양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과 음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심지어 지상주차장에서 자신의 성기를 입으로 빨게 하는 등 이모씨의 범행은 대범했다.그러나 그 때 이모씨가 A양에게 키스를 한 것이 이씨에게 화근으로 돌아왔다. 겁에 질려있던 A양이 이모씨의 혀를 힘껏 물어버리고만 것. 이와 관련 A양은 경찰에서 “어두운 것보다 너무 무서워서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두려워서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입 안으로 그 사람의 혀가 들어온 순간 나도 모르게 힘껏 깨물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때 이모씨의 혀 일부가 잘려나갔고, 이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그 길로 범행현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당일 피해자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한 경찰관계자는 “현장에서 피의자 이씨의 잘려나간 혀 2cm가 발견됐다”면서 “이를 토대로 범행당일 서울 ‧ 경기 지역의 모든 병원에서 혀가 잘려 치료를 받은 사람을 조사했고,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7세 男, 성범죄 전과만 해도 ‘벌써’ 4범

경찰은 피의자 이모씨가 병원을 찾은 시각과 이동거리, 전과여부 등 앞뒤 정황이 일치하는 점 등을 토대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이씨를 검거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사건발생 후 이씨가 휴대폰을 꺼놓고 한달간 잠적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용의자의 신병이 확보된 점을 고려해 이모씨 소재파악을 위해 전국적인 수사로 확대하지는 않고, 집 주변에 잠복해 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던 중 잠적 한달만에 이 씨가 서울 동대문구 자택으로 귀가, 이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경찰에서 잠적해 있던 한달간 찜질방 등을 전전해왔다고 진술한 이씨는 “계획하고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서 “혼자 걸어가는 여학생을 보니 갑자기 성적욕구가 생겨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혀가 잘린 부위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 사건당일 지혈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 뒤로도 일주일간 피가 멈추지 않고, 음식물도 먹을 수 없었지만 경찰에 붙잡힐까봐 병원을 찾아가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피해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이씨의 성폭행 관련 범죄는 이번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 3범, 강도 2범의 상습 성범죄자였던 것. A양 사건으로 이씨는 성범죄로만 별4개를 달게 됐다. 화려한 이력 덕분에(?) 이씨는 군대도 가지 않았다. 이미 12살의 어린나이에 성폭행 전과기록을 남겨놓았던 것.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저지른 가장 최근 범행이었던 2001년 사건 역시 성폭행 건이었다. 20대 초반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3년 동안 수감됐었던 이씨는 출소 후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졸업을 앞둔 상태였다.

역시나 왜곡된 여성관이 문제?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과거 이성에게 실연을 당한 후 여자에 대한 증오심과 왜곡된 여성관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안양 실종어린이 살해사건의 피의자 정씨 역시 실연으로 인한 왜곡된 여성관으로 성폭행, 살인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사건을 담당한 동대문경찰서 강력3팀 관계자는 “피의자 이씨의 집안은 아무런 문제없는 평범한 가정이다. 과거 여자에 대한 충격이 변태적성향으로 표출된 것 같다”면서 “피의자는 성폭행 행위가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순간적인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깔끔한 외모를 가진 피의자 이씨는 성범죄자라 보이지 않을 만큼 소심한 성격을 가진 듯 보였다”면서 “재판 후 정신질환자 등에게 사회불안 요인 제거와 사회적응훈련을 시키는 공주치료감호소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A양의 가족들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오랫동안 살아왔던 지역인 동대문구를 떠나 타지역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에 따르면 A양의 부모는 안 좋은 기억이 담겨있는 주변 생활환경을 바꿔주기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또 A양은 사고 후 멍하게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심한 우울증으로 이후 정신과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에서 치료비를 보조해주는 곳에서 A양의 치료를 받게 하려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었다. 그러나 A양의 가족들은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연락을 삼가달라는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