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가 단순 폭행?...'초동 수사 허점 드러낸 경찰'
2009-03-31 서상준 기자
【고양=뉴시스】대낮에 여자 어린이를 유괴 하려던 사건을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 분류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3시44분께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강 양(10)이 엘리베이터에서 50대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고 납치될 뻔한 장면이 CCTV에 잡혔다.CCTV에 나타난 용의자는 점퍼에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강 양을 엘리베이터 밖으로 끌어내려다 반항에 부딪히자 주먹과 발길질로 무참히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했다. 강 양은 당시 괴한에게 큰 소리로 응수해 같은 아파트 주민에 의해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사건을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 가족만 만나고 목격자는 조사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더욱 범인이 찍힌 CCTV를 보고도 사건을 목격자가 없는 단순 폭행사건으로 분류해 상급 기관에 넘겨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D모씨는 ″안양 어린이 실종 사건 후 또 다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경찰이 단순폭행사건으로 처리하려고 한 것은 직무유기다″라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한편 일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3일이 지나서야 CCTV를 확보해 현장에 출동, 강 양의 어머니를 상대로 피해상태 및 진술을 파악하는 뒤늦은 수사에 들어갔다.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은 31일 자정 수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용의자의 행색이 초라해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목격자의 진술 및 CCTV확인 결과 납치 미수사건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초기 집중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편 강 양의 아버지는 30일 밤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일관해 초동수사의 허점을 드러냈다″며 ″경찰이 빠른 수사를 착수 했더라면 진작에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현재 강 양은 어머니가 직접 학교를 데려다 주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아파트 및 학교의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등 사건의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상준기자 newsbad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