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대한생명 회장직‘휘청’
2005-11-22 파이낸셜투데이
법원에 호소…“집유는 면케 해주오”
“정치권 자금제공 요청 거절 못했다”
한화그룹이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80억원대의 채권 외에 채권을 더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검찰은 이 채권이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에 쓰인 것으로 보고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한화그룹이 2002년 대선 때 정치권에 건넨 것으로 드러난 60억원어치의 채권 이외에 사용처가 불분명한 20여억원어치 채권의 행방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이 채권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대선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한화그룹이 2002년 8~9월 80억원대의 채권을 사들여 이 중 50억원어치는 노무현. 이회창 캠프측에 10억원어치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각각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검찰은 나머지 20억원어치의 채권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사용됐는지 수사하고 있다.한화 측은 20억여원어치 채권의 사용처에 대해 “김승연 회장이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빌려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대생 인수 관련 로비‘의혹’
검찰, 수십억원대 채권 추적
검찰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일부 직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지만 채권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흔적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한편 대한생명 인수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었던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은 지난 5월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위해 30억여원어치의 채권을 구입했다”고 밝혔었다.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청원 의원의 공판 증인으로 나온 김씨에게 서 의원 변호인은 “2002년 8월께 대생 인수는 한화의 사활을 건 중요한 사업이었고 대생인수 로비자금으로 33억원 상당의 5년만기 국민주택채권 구입을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고 김씨는 “검찰에서 그같은 진술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을(로비용) 생각해서 한것은 아니다”라고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변호인이 “2002년 당시 채권구입을 지시한 총금액이 얼마냐”고 묻자 “약 80여억원 정도 될 것 같다”고 답한 김씨는 “80여억원중 여야 정당에 50억원을 제공했고 나머지 돈은 서청원 의원에게 10억원을 주고 김승연 회장이 개인용도로 친구들에게 빌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었다.이 문제는 다시 지난 국정감사에 핵으로 떠올랐고 야당 의원들은 대한생명 매각과정에 정경 유착 의혹이 있다며 국정 조사를 촉구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매각 과정이 거의 종결돼가고 있는 시기에 또다시 특혜 의혹을 거론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뿐이라고 반박했었다.이종구 의원 “거의 공짜 매각 사실상 특혜”
대생노조 “회사 흔들기 강력 반발”낙선운동 하겠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정부가 지난 2002년 대한생명을 무자격자에게 거의 공짜로 매각해 사실상 특혜를 줬다”며 “2001년 9월 대생에 대한 1조5천억원의 공적자금 출자로 인해 한화컨소시엄의 대생 인수가격은 1조6천150억원이 아닌 1천150억원에 불과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대생 매각 직전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대생 인수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한 것”이라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다시말해 매각심사소위는 소위위원 4명중 3명이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등 보험사 인수자격 요건이 불충분하고 매각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로 한화 인수에 반대했으나 공자위 사무국이 반대의견을 묵살했다는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한화컨소시엄은 2002년 10월 대한생명 지분 51%를 총 8천236억원에 인수, 같은해 12월 1차로 4천118억원을 납입했으며, 올 12월 나머지 금액을 2차 납입하게 된다.한나라당 김정부 의원도 대한생명은 매각 직전인 2001년 8천648억원, 2002년 9천794억원, 2003년 6천150억 순이익을 낼 정도로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었지만 정부가 대한생명의 가치를 불과 1조6천억원으로 저평가해 매각했다고 비판했다.김 의원은 또 대한생명 매각작업이 진행중이던 2002년 3월 한화그룹 계열사가 8천78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키는 등 대생 인수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매각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잔금결제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한생명 매각 특혜 의혹을 거론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불안을 초래한다”며 한나라당측의 특혜 의혹 제기를 비판했었다.특혜 의혹 당사자인 한화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생명 매각은 국제 공개입찰 절차에 의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한화컨소시엄은 대한생명 인수후 2년간 경영안정화를 바탕으로 국민경제에 또다시 부담을 주는 금융기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대생노동조합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제기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특혜시비 의혹에 대해 “회사 흔들기”라며 강력 반발했다.대생노조 임우상 위원장은 성명을 발표, “갈 곳 없이 표류하던 대생이 새주인을 만나면서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와중에 근거가 명확치 않은 주장으로 ‘대생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이 의원의 행동은 개인의 감정이나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었다.임 위원장은 또 “방카슈랑스 도입 등 보험업계가 존망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조기 경영정상화와 난국 돌파를 위해 전 임직원이 합심단결하고 있다”며 “조직안정을 저해하는 어떠한 음모에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이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할 것”이라 주장했었다.그러나 불과 1달만에 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는 한화그룹이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80억원 대의 채권 외에 2002년 8~9월 수십억원대를 추가로 매입한 사실을 확인, 매입 경위와 사용처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그 동안 제기돼 온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관련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수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에게 1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한생명 회장 직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이제 회생단계에 있는 대한생명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되면 정상화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1심 선고를 벌금형으로 깎아달라고 요청했었다. 김 회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돼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대한생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은‘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에 있는 사람은 보험회사 임원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불미스러운 관계는 언젠가 해결돼야 하는 문제이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돈을 제공하게 된 경위에 대한 재판장 물음에 “정치권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자금제공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