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은 ‘반교육기업’…정부지원 중단하라”

농성 1505일차 맞은 ‘재능 학습지 노조’, 복지부 앞 기자회견

2013-02-03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의 부당해고 항의 거리 농성이 1505일째를 맞은 3일 오전,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사업 전면 재검토와 반 교육 기업 재능교육에 대한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바우처(이후 독서 바우처) 사업’을 실시해왔다.

이 사업에서 복지부는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아동의 부모에게 바우처 카드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은 복지부가 선정한 9개의 방문학습지 회사 중 한 곳에서 가정방문 독서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독서 바우처 사업에 319억의 예산을 집행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교육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진영 일각에서 “학습지 회사의 이익만 늘려주는 잘못된 예산 집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복지부, 불법·탈법 자행 악덕기업에 ‘묻지마’ 사업기간 연장”

“학습지 회사 이익만 늘려주는 잘못된 예산 집행 바로잡아야”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러한 사업방식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대표적인 사교육 기업인 학습지 회사에 독서 바우처 사업을 위임한 것은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사교육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사무국장은 “재능교육을 비롯한 9개 학습지 회사는 최저임금과 4대 보험 가입 등의 준법의무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며 “학습지 회사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교사들의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영 사무국장은 “회사로부터 실적압박에 시달려온 학습지 교사들은 심지어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고, 회사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재능교육 교사들은 해고를 당한 후 오늘로 1505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에 대한 가압류와 협박, 성희롱, 폭력 등 반노동, 반여성, 반교육 기업임을 스스로 폭로했다”며 기막힌 현실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약칭 평등교육학부모회) 김태균 상임대표는 “불법과 탈법을 자행한 악덕기업에 사업을 맡기는 복지부의 바우처 정책은 교육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가진 자들을 위한 이윤 챙겨주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김태균 상임대표는 “보건복지부는 계속해서 문제가 없다며 재공모 절차 없이 학습지 회사에 사업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재능기업을 비롯한 9개 학습지 회사의 전국사업자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공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독서 바우처 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능교육 OUT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反 공교육, 反 사교육적인 독서 바우처 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탄원서 접수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부로 진입하려다 경찰들과 한 차례 마찰을 빚기도 했다.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이들의 질문들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곧바로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