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건희 회장 불구속 기소 방침
이 회장 일부 혐의 인정…임원 사법처리 검토
2008-04-07 <매일일보 사회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삼성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8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돼 1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새벽 0시50분께 귀가 조치됐다. 이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삼성그룹 3대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수에 따라 (인정했다. 그러나) 100%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음을 내비쳤다. 이 회장이 시인한 내용은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해 ‘보고는 받았지만,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고 한 만큼, 배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경영권 불법승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특검 조사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및 배정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구조조정본부가 개입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회장은 700개의 차명계좌 존재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회장이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이 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묵인…배임 혐의 불구속 가닥
특검팀은 이 회장 소환조사를 끝낸 뒤 이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본격적인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지난 5일 “이 회장의 조사 결과에 대한 법리검토 작업과 함께 이학수 부회장 및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에 대한 이전 조사 내용을 다시 정리 분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사법처리 대상자를 추리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윤 특검보는 이어 “이 회장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며 “특검 수사 기간이 끝나기 전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 사채 저가 발행을 통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묵인했을 것으로 보고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4일 오후 1시58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이 회장을 소환해 11시간 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회장은 출두 직후 7층에서 조 특검과 면담한 뒤 윤정석, 조대환 등 특검보 2명과 강찬우 부장검사의 조사를 받았으며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및 배정 시나리오를 통해 경영권 불법 승계를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에서 차명으로 관리해 온 자금이 이 회장 개인 돈인지, 정·관계 로비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이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삼성그룹 3대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수에 따라 (인정했다. 그러나) 100%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음을 내비쳤다.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에 대해 “지시한 것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며 “모든 것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될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4시께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을 소환해 삼성측이 고(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비자금 차명계좌’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