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은 없다”… 富의 불균형 심화시킨 IMF
정부 노력불구…‘신용불량 재등록 사례 급증’상대적 박탈감 느껴
국민세금 펑펑쓰는 ‘한국형 뉴딜’보다 서민위한 내핍정책 필요
스페셜리포트…한국경제 침몰중인가?....2
가처분소득이상의 過消費의 업보
부의 지나친 편중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중산상층이상의 소비를 모방한 서민층이하의 전시효과적 과소비를 부추겨, 2002년 기업들에게 ‘사상최대 호황’을 안겨 주었고, 그 반작용으로 지난해 서민층의 돈이 완전 고갈됐다.
그러나 재산소득이 중산상층이상(3%)에게 전속된다고 추정하면, 내수소비의 대종을 이루는 중산하층 포함 서민층이하(97%)가 금년에 벌어들일 피용자 보수는 아무리 많아도 고작 335조원(318조원×올경제성장분5.2%) 내외로 추정되고, 지난해와 비례할 걸로 추정되는 자금소요636조원(=총조세157조원+국민연금·건보료 33조원+가계빚이자31조원+카드현금서비스수수료27조원+일상생활소비지출388조원)에 비해 301조원이 부족하다. 이래도 내수가 위축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국민의 총조세 부담액(기획예산처)은 157조원(=국세114조6642억원+지방세33조1329억원+준조세8조8913억원)이고, 국민들의 자유의사와 관계없이 준강제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국민연금(15조6109억원), 건강보험료(17조283억원) 및 교통비(41조9123억원/국민계정상)는 물론, 한전에 납부하는 전기료(22조3875억원), KT와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비(28조3985억원), 게다가 담배값(5조4568억원)등 130조804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가계빚(458조원)의 원금상환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 이자만으로도 31조원과 하루에 3760억원씩 빌려 쓰는 카드현금서비스 수수료(27조원) 합계가 전체적으로 636억원에 달한다.
그 여파로 올 9월말 신용불량자는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년말(372만명)에 비해 고작 6만명 줄어든 366만명 수준이다. 정부에서 공들여 시행한 각종 신용불량자 대책 덕분에 신용불량 딱지를 뗀 사람이 41만명이라지만, ‘신용불량 재등록’사례의 급증에 비추어 사실상의 실질적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이 확실하게 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총처분가능소득(韓銀)에 의하면, 정부소득인 세금(91.1조원)과 고정자본소모(99.1조원) 분을 제외하고, 최상류층에 속할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의 영업잉여(213.6조)를 제외한 일반 서민들의 수입원인 피용자보수는 317.6조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은 피용자보수(317.6조원)만으로는 자신의 소비지출(388.4조원)에 충당하기에도 70.8조원이나 부족하다. 그렇다면 국민 총저축(234.4조원)은 재산가들의 영업잉여(213.6조원)와 정부의 세금수입(91.1조원)에서 쓰고 남은 돈일 뿐이다.
결국 서민들은 빚으로 빚을 갚아야 하고, 빚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악순환의 깊은 늪에 빠졌다. 가계빚 원금(448조원)조차 작년말로 완전 소진됐고, 다달이 몇푼씩 벌어들이는 실질 가처분소득인 피용자보수로 위급상황을 땜질하고 있는 중이다. 근본적으로 서민들 주머니에서 쓸 돈이 완전히 고갈된 마당에 내수 소비가 정부 소망대로 늘어날 턱이 없다.
富의 불균형 심화시킨 IMF
이를 반증하듯, 작년 상반기 도시가구 빈곤율이 97년에 비해 외환위기때 심화된 소득분배 불균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96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의 빈곤 및 소득분배 동향분석 자료에 의하면, 상대적 및 절대적 빈곤율이 98년부터 높아져 99년에 정점을 이룬 후, 아직도 9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의 비중을 뜻하는 절대적 개념의 빈곤율은 97년(2.8%)에서 98년(6.4%)으로 급증했고 99년(7.3%)에 정점을 이뤘으며, 전체가구 평균소득의 40%이하 빈곤층비율을 계산한 상대적 개념의 빈곤율도 97년(6.6%)에서 98년(9.2%), 99년(9.4%)로 높아진뒤 아직도 97년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도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가구소득의 경우 97년(0.391), 98년(0.384), 99년(0.397), 2000년(0.404), 2001년(0.415)로 점차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경북대 김성환 교수).
IMF 경제위기가 “상위계층의 소득은 큰 폭으로 줄이지 않은데 비해 중하위계층의 소득은 큰 폭으로 감소”시킨 결과이다. 당시 고율의 금리가 재산을 많이 가진 계층에게 보유 금융자산에 의해 더 많은 불로소득을 챙길 기회를 제공했다. IMF직후인 98년(2만7800개/49조2410억원)이던 5억원이상의 저축성 예금이 작년말(6만6500좌/168조9880억원)에, 계좌로는 98년보다 239%(3만8700계좌), 금액으로는 343%(119조7470억원) 늘어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극최상층인 부호층이 98년(0.33%)에서 지난해말(0.30%)으로 줄었음에도 그 예금액은 38.4%에서 52.64로 14%이상 늘었다. 중산하층 숫자는 98년(29.31%)에서 2003년(14.69%)로 14.62% 줄고, 예금도 26.5%에서 18.57%로 8%가량 줄었다. 이들은 서민층으로 떨어졌거나, 심지어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서민층 5.65%도 98년에 비해 빈곤층으로 내려갔다. 중산층을 포함한 서민층이 무너져 내려 빈곤층으로 전락한 결과, 빈곤층이 98년(9.90%)에서 지난해말(30.69%)로 20.79%나 늘었다.
우리는 1998년(184조원) 이후 작년말(448조원)까지 264조원의 가계빚을 얻어 엄청난 과소비를 함으로써 98년 GDP성장 -6.9%(484조원), 99년 9.5%(530조원), 2000년 8.5%(579조원), 2001년 3.8%(622조원), 2002년 7.0%(684조원), 2003년에는 IMF이후 최저성장인 3.1%(721조원)로 경제규모를 확장했다. 그러나 그간의 경제성장분을 다 합친다 해도 고작 25%에 지나지 않아 가계빚 증가률(243%)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이제 아무리 금리를 0%로 내린다 해도, 최상위층(3%)에겐 여유 금융자산이 지나치게 많아 자금수요가 없는 반면, 서민층이%)는 지나치게 많은 가계빚 때문에 자금수요가 없을뿐더러, 빚을 내기 위해 더 이상 비빌‘언덕(담보능력)’조차 없다. 15% 가량인 중산하층(337만명)이 가계대출의 실수요자들이지만, 금융권은 이미 서민대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금융권이 기존의 대출(448조원)을 회수하려 해도 서민(82%)들에겐 상환 능력이 없다. 그나마 나날이 해체돼가는 중산하층마저 가계빚에 함몰한다면, 지난 IMF때 부실기업 집중대출로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며 구조조정당했던 금융권은 이번엔 가계대출로 인해 더욱 치명적인 회복불능의 부실 함정에 빠진다.
그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과도한 국가빚(147조원)으로 말미암아 부실을 치유할 공적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능력이 고갈돼 있다는 가공할 현실이다. 더구나 현 정권 말기(2008년)엔 국가채무가 301조원에 달하고, 준국가부채로 통하는 정부투자 출자기관의 부채가 올6월말로 한전(19조5523억원) 대한주택공사(13조6957억원), 한국도로공사(14조6683억원), 제일은행(12조889억원), 한국수출입은행(8조9487억원), 한국투신(1조8641억원), 대한투신(1조8483억원), 자산관리공사(1조8869억원)등 207조6815억원에 달한다.
급선무는 서민 가계빚 감소
한편 한국의 가계빚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은 한국의 전체 가구를 10개 등위로 나눌 경우, “금융자산과 가처분소득이 가장 적은 하위 1등위의 경우 가계당 부채는 1900만원인데 비해, 가계당 자산은 220만원이고 가처분소득은 전혀 없어 자산+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이 851%”에 달하고, “하위 2등위의 가계당 부채는 1830만원인데 비해 가계당 자산은 280만원, 가처분소득은 730만원으로 부채비율이 180%”에 달하며, ‘하위 3등위와 하위 4등위는 부채비율이 각각 115%와 101%’에 이르러, ‘한국의 가구 40%가 빚갚을 능력을 상실’했다는 결론이다. 이를 유추할 경우, 전체 추계가구(1530만)중 612만가구가 ‘디폴트’파산상태이며, 366만명(9월말)인 신용불량자는 앞으로 경제활동인구 2292만명의 40%인 916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장 급선무는 서민들의 가계빚을 감소시켜 내수소비를 점진적으로 진작시키는 (비록 가시적 성과는 늦지만 그야말로 착실한) 牛步戰術이 경기대책의 필수적 요체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서민 가계빚(458조원) 감소를 위해 조세부담율 22%(157조원)를 대폭 줄여야 하고, 국민연금(15조6109억원) 및 건보료(17조0283억원)도 당분간 징수유예 또는 대폭인하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직접개입이 가능한, (10%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공기업인 한전의 전력요금(22조3875억원) 인하 및 국가기간시설 KT등의 통신요금(28조3985억원) 인하는 물론, 정치자금 국고보조(8000억원)도 당분간 없애야 하며, 광고방송으로 7352억원의 수입이 있는 KBS의 수신료(4819억원/2002년) 역시 당분간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KT&G를 통한 전매수입(3조2779억원)의 주원천인 담뱃값도 500원인상은커녕 500원 인하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이렇듯 서민층을 위한 실질적인 소득증대책을 적극적으로 취한 다음, 그 돈으로 가계빚 상환을 강제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콜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이러한 가시적 정책을 통해 정부부터 ‘인내와 고통의 모범을 보이며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이다. 국민 가계빚을 3분의1이상 갚을 때까지는,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단 한푼이라도 ‘절약이 미덕’인 혹독한 내핍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대응이 없는 한, IMF이후 기업대신 급격하게 부실화된 가계의 개인빚 592兆원(가계빚 458조원+카드빚원/2004上)이 우선 금융권을 부실화하고, 다음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피동적 조세저항으로 마침내 국가재정마저 파탄시킴으로써, ‘내수소비가 완전히 뿌리뽑힐 내년(2005년)의 한국’엔 공황적 경제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경제 현실이 이러함에도 조세수입만으로도 모자라 국민 전체의 노후보장용 국민연금까지 헐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식의 한국형 뉴딜정책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장기불황의 근본원인에 대해 까막눈인 발상자체부터가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루스벨트식 헛다리 긁기
들은 얘기이다. 뉴딜정책을 추진했던 루스벨트가 캐나다에서의 휴가중 물에 빠져 감기에 걸렸고, 증세가 심해져 허리 아래가 마비되는 척수성 소아마비에 걸렸다. 이를 극비에 부치고 정치무대에 등장한 루스벨트가 어느날 백악관에서 귀부인과 카드를 하던 중 자신의 다리를 만져보았지만 다리에 감각이 전혀 없었다. 놀라고 있는 루스벨트에게 귀부인이 말했다고 한다. “각하, 그건 제 다린데요!”그렇다. 루스벨트는 남의 다리를 만지면서도 미국경제의 마비를 풀어냈다. 하지만 우리는 내 다리를 만지면서도 우리 경제의 마비를 풀지 못하고 있다. 경제마비의 실체적 본질과 근본원인을 직시하는 루스벨트식 혜안이 없다는 말이다.
특히 경기 조성에 있어, 한국을 미국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GDP(한국0.5조달러/미국 10조달러), 1인당GDP(한국1만13달러/미국3만6210달러), 증시규모(한국0.3조달러/미국13조달러)로 경제 규모(Scale)가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양국 국민들이 각자 바구니(GDP)에 들어있는 사과를 먹는다 치자. 미국인들이 열 개의 사과를 먹는다 해서 한국도 덩달아 열 개를 먹으면, 먹는 숫자는 똑같아도 한국의 바구니에는 90개 남지만 미국은 1990개 남는다. 미국의 GDP 10%는 한국 전체GDP의 20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과 똑같은 방법으로 내수소비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는 데에는 규모의 한계가 있다. 미국에 비해 20분의1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경제인 한국은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절약이 미덕이다. 뱁새가 황새 걸음을 흉내내선 절대로 안된다.
지난해 3분기 8.2% 성장을 이룬 미국이 경기회복세를 보이자 미연준(FRB) 의장 그린스펀은 “세계각국의 어떤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경제의 ‘초저금리 시대 마감’이 임박했음을 예고했고, 그의 말대로 미국은 FRB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 현재 2%에 달하고 있다. 그의 말은, 서민층 소득증대를 위한 충분한 실질대책이 없는 한, 머잖아 한국의 서민경제를 압살할 것이라는 전율스런 사전 경고였고, 그린스펀의 말 그대로 한국경제는 바야흐로 침몰직전이다. 대외적 경제여건이 이처럼 악화된다면 실질교역조건의
악화로 아무리 많은 수출도 한국경제를 구조적 파탄에서 구해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씀씀이를 대폭 줄여 한푼 두푼 열심히 저축함으로써 서민들의 실질 금융자산을 조금이라도 늘려가야 할 때이다. 즉 ‘국민들에게서 많이 거두어 펑펑 쓰는 한국형 뉴딜정책’보다는 ‘국민들을 덜 짜내서 우선 서민 가계빚부터 갚도록 하는 내핍정책’이 정부가 취해야 할 근본 정책이다. 최소한 가계빚의 3분의1(150조원)이라도 한시바삐 갚는 등, 超절약 ‘다이어트’로 ‘부채비만’을 급히 해소해야만 한국경제가 되살아난다. 지금은 흥청망청 마구 써도 되는 ‘소비가 미덕’인 때가 절대로 아니다. 한푼이라도 아껴 빚부터 갚아야 하는 ‘저축이 미덕’인 시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부터 극도로 내핍해야 한다.
김남국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