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효재 전 정무수석 15일 소환
2013-02-12 박원규 기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오는 15일 오전 9시30분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돈 봉투 자금의 출처와 규모, 전달지시 여부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특히 돈 봉투 배달을 담당한 관련자에 대한 정확한 신원 확인은 물론 고승덕 의원 외에 추가로 돈 봉투를 전달받은 다른 수수자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김 전 수석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당시 캠프에서 재정·조직을 담당한 조모(51·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씨와 공보·메시지 업무를 맡은 이모(50·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씨와 함께 핵심실세 3인방으로 불린 인물이다.
전대를 1~2일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려받자 '돈 봉투를 왜 돌려줬냐'며 고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인물이 김 전 수석이다.
이와 관련,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모(41)씨는 최근 검찰에 비공개를 전제로 출석해 고 의원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김 전 수석에게 보고하자, '돈 봉투를 돌려받으면 어떡하느냐'며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외에서는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인 안병용(54·구속기소)씨가 구 의원 5명에겐 건넨 2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김 전 수석의 책상 위에서 들고 나왔다고 일부 구의원들이 검찰에 진술, 돈 봉투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원내외에서 살포된 돈 봉투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 초기부터 '우선순위' 소환자로 분류돼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착수 이후 줄곧 김 전 수석에 대한 소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직 청와대 수석이라는 신분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섣불리 소환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이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중동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사표가 수리되자 검찰은 본격적으로 소환작업을 준비했다.
실제로 검찰은 사표수리 다음날인 이날 오전 김 전 수석 변호인측과 소환시기를 조율해 15일 오전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된 지 4일 만에 검찰에 자진 출석하게 된다.
선거캠프에서 사실상 '윗선'인 김 전 수석이 소환됨에 따라 향후 돈 봉투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주요 관련자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면서 한계에 직면한 검찰이 김 전 수석을 겨누면서 수사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조모 비서관과 이모 비서관은 돈 봉투 연루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상황이고, 회계담당자인 함모(38) 여비서 역시 공식 선거자금만 처리한 것으로 주장할 뿐 돈 봉투는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전 수석의 사법처리 방안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검찰은 첫 소환 시 참고인 자격으로 부른 다른 관계자들과는 달리 김 전 수석에 대해선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이라는 다소 불확실한 상태에서 불러들인다.
김 전 수석은 조사 도중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그동안 박 의장 측근들에 대한 수사내용과 물증을 토대로 소환 후 곧바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전 수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박 의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조모 비서관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김 전 수석 소환까지 수사내용 중 보완할 부분 있으면 보완하고 충분히 준비를 하겠다"며 "다만 조모 비서관과의 대질심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는 대로 향후 박 의장에 대해서도 소환시기나 조사방식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고승덕 의원실에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배달한 '뿔테안경'을 쓴 30대 남성으로 알려진 곽모(34)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함께 검토 중이다.
곽씨는 2008년 5월 박희태 캠프에 합류, 캠프 전략기획팀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해외 유학 중이다.
검찰은 최근 곽씨로부터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내가 아니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며 "당시 조모(현 국회의장 정책수서비서관)씨의 책상 밑에서 봉투들을 본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