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2013-02-19     박원규 기자
[매일일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올해 노조가 정치 권력화까지 노리면서 재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재벌개혁 논란에 노조도 공세적 입장을 취하면서 올해 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주요 회원기업 302개사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201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한 결과 56.5%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조사에서 노무담당 임원은 총선과 대선에 따른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와 노동계의 정치활동 강화가 2012년 노사관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에만 6건의 파업이 발생했다. 이중 3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건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올해 노사관계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19일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노사관계가 예년 같지 않다. 노동부 장관까지 노조를 두둔하고 있어 전임자 문제 등 당면과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법원이 비정규직 문제까지 노조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기업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노동계는 올해 노동법 관련 이슈는 물론 정치세력화를 위해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안에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실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상최대의 순이익이 발생한 지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만든 결실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이후 발생하는 신규 채용 전원을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정규직 채용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노동자협의회 이용근 위원장이 지난달 지급한 초과이익배분금(PS)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30m 타워크레인에서 6일부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장기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갈등을 빚은 반도체 제조 전문기업 KEC는 166명의 정리해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경영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사측과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미 사측은 지난 10일 7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상태다.

KTX 민영화 논란에 휩싸인 철도공사 역시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전국철도노조는 "정부는 KTX 민영화가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재벌에 특혜를 주고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KTX 민영화 저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도 노조의 투쟁 방침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조원들 역시 유권자인 터라 양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과 노조의 등살에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아예 해외로 옮기거나 해외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파업으로) 국내공장 생산라인이 멈추면 해외까지 영향을 끼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선거철이면 반복되는 노사갈등 부담을 덜기 위해 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MB정권 이후 노사 관계가 크게 후퇴해 양대 선거를 치르는 올해 노조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올해 기업의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사관계마저 악화될 경우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장시간 근로 개선이나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같은 노동정책 추진시 기업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