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쇄신안…시민단체·시민들 반응 엇갈려

2009-04-23     뉴시스
【서울=뉴시스】삼성그룹이 22일 이건희 회장의 전격 사퇴, 전략 기획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진보와 보수단체 및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진보단체는 경영권 승계 등의 실질적인 문제제기 보다는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들의 구속처벌을 면하기 위한 명분 쌓기이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경영권 승계 부분"이라며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퇴진으로 실질적인 경영상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경제개혁연대는 "쇄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회장 일가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의 온당한 이행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삼성 이 회장의 사과는 변명만 있지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거짓해명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경실련은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이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략기획실의 폐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얽히고설킨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대로 보수단체는 삼성의 쇄신안이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 하겠다는 진지한 고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 회장과 핵심임원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키로 하는 등 쇄신의 폭이 상당히 컸다"며 "오늘의 발표를 통해 단순한 면피용 쇄신이 아닌 삼성이 국민에게 끼쳤던 불편을 반성하고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삼성이 보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한 만큼 이제는 사회 각계도 삼성이 후속조치를 차분히 밟아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줘야한다"고 당부했다.자유주의연대는 "삼성이 예상 보다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삼성그룹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대한민국 대표기업인만큼 그룹 경영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더불어 "이번 쇄신안으로 삼성이 세계 1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또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이 회장 용퇴 결정에 놀랍다는 시민들은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밝힌 반면, 앞서 삼성특검의 미흡한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던 시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직장인 박지애씨(26.여)는 "솔직히 놀랐다. 전략기획실이 축소될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지만 이렇게 전체 임원진이 다 사임할 줄은 몰랐다. 뭔가 삼성이 정말 변하려고 하긴 하는 것 같다"며 놀라움과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직원 정모씨(32)는 "재계 서열 1위 그룹인데 삼성의 존폐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조금 오버하는 것 아니냐"면서 "삼성이 흔들린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직장인 김현기씨(51)는 "이번에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전 경영진 퇴진에 홍라희 관장까지 사임한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전 경영진이 퇴진을 하고 경영에서 발을 뺄 것인지 의문이 들고, 이렇게까지 전면 퇴진과 사임을 해야 할 정도의 일인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공인중개사 이모씨(34)는 "구속되지 않으려고 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면서 재판을 앞두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고 꼬집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하며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내용의 경영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