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때문에 국내 한우농가 모두 도산"
성난 농심(農心)…정부와 정면 충돌 '초읽기'
2009-04-23 천금주 기자
【서울=뉴시스】정부와 축산농민들의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한우협회는 오는 24일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 한우인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면서 전면전을 선언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1만명 가량이 모일 것으로 추산돼 대규모 집회가 예상된다.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자 굴욕적 협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협상을 통해 30개월의 연령제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축산 농가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며 비난했다. 정부는 불안해지는 농심을 잡기 위해 지난 협상 타결 3일 후인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축산업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농심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발전 대책의 골자는 소비자들에게는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사지 표시를 강화 정책을 내세웠으며, 축산농가에는 고품질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 미국산 쇠고기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점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은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원산지 단속 권한 확대를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축산농가, 도산위기 = 최근 전국 도축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이는 수입개방에 따른 불안감이 출하량을 급증시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이미 한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 연쇄 도산을 면키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산 농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미국산 쇠고기까지 개방돼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음성에서 한우를 7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최모씨(49)는 “사료값은 오르는데 소 값은 점점 떨이지고 있다”며 “정부에서 한우 농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국내 한우농가들은 모두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 김남배 지회장도 “사료값이 40% 이상 오른 상태에서 값싼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되면 한우농가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특히 50마리 미만 사육농가들은 대부분 축산을 포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민의 불안해진 민심은 소값 변동 추이도 잘 나타나 있다. 농협 축산물가격동향에 따르면 한.미 쇠고기 협상 이후 순천 우시장에서 거래된 송아지(6개월령) 가격은 171만2000원으로 협상전인 지난 16일 184만2000원에 비해 무려 13만원이 떨어졌다.영광 우시장에서 거래된 가격도 암송아지 가격이 225만원에서 155만원으로 무려 70만원이 떨어졌다. 암소(600㎏) 가격도 464만8200원에서 444만5400원으로 20만2800원이 하락하는 등 폭락세를 이어갔다.◇축산농가, 현실감 없는 대책…도산 위기 = 정부가 쇠고기 시장 개방에 따른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성난 농심(農心)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8일 협상 타결 내용으로 인해 큰 타격을 예상한 축산 농가들은 정부에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정부가 21일 당정 협의회를 거쳐 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실성이 결여된 졸속한 대책이라는 비난과 함께 축산농가의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로써 전국 곳곳에서는 긴급대책 회의를 여는가 하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협회 측은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협회 측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안에 대해 “유통 투명화 대책 중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확대, 쇠고기 이력추적제 전면시행 등은 기존에 계획된 정책”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대책안은 언론 전시용에 불과하며 한우농가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이상 생산농가에 품질고급화 장려금, 5산 이상 암소에 장려금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농가가 소수인 정책들만 대책에 포함돼 있다”며 “거세 장려금이나 송아지 생산안정제 기준가격 상향과 같이 많은 한우농가가 혜택을 받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은 빠져 있다”덧붙였다. 전국한우협회는 오는 24일 오후 1시 과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1만명을 결집해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천금주기자 juju79@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