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이사장’NO(盧)터치

2004-11-22     파이낸셜투데이
거래소노조 “청와대는 낙하산 만드는 공장” 노동계, 재경부 낙하산식 밀실 인사 강력 반발

후보인물 "한이헌, 강영주, 이인원" 거론 세 싸움되나?

 


내년 초 출범예정인 통합거래소의 초대 이사장 자리를 놓고 靑-政-勞 간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11일 청와대 앞길에서는 한국증권거래소 노조들의 ‘낙하산 인사 저지’ 집회가 열렸다. 약 60여명의 노조원들과 증권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시위에서는 내년께 정식으로 출범할, 재경부 총무과 산하 통합거래소(정식명칭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이사장 선임문제를 둘러싸고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의지가 강력히 드러났다.


이날 한국증권거래소노동조합 김병률 위원장은 “청와대는 낙하산 만드는 공장”이라며 보답성 인사 성격이 짙은 이사장 선임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권에 비판을 가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이사장으로 선임될 후보에 대한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초대 이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여의도 증권협회건물 앞에서는 코스닥 위원회와 선물 거래소 간부 노조들의 삭발식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노동계의 낙하산 인사반대 운동은 단지 일회성의 시위 움직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증권유관 기관 노조들은 그동안 대국민 홍보, 청와대 국회 재경부 앞 대규모 연대집회, 1인 시위, 철야 농성 등 다양한 투쟁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4일 이미 증권거래소 노동조합 (위원장 김병률)과 코스닥증권시장 노동조합(위원장 임도빈)은 양 노조를 통합하며 ‘통추위’를 통한 낙하산 완전 종식 투쟁에 들어섰다. 이를 통해 통합거래소 설립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증권거래소 김 위원장은 ‘낙하산, 쓰리쿠션 인사 저지 총력투쟁결의대회’에서 “부적격 인사를 미리 내정하는 재경부의 후보추천위원회는 그야말로 들러리로 전략했다”며 재경부 후보추천위의 투명한 운영을 요구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통합거래소로 소속되는 나머지 2개 노조인 선물거래소노조(위원장 배흥수)와 코스닥위원회노조(위원장 황선구)가 통합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노조’를 출범시켰다.


사실 오늘날의 진통은 선물거래소의 설립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97년 대선 당시 “부산에 선물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은 올해 초 선물거래소 부산 이관으로 이루어졌다. 선물도시로서의 부산이 다시 탄생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현, 선물을 통합하여야 정부의 정책과제였던 ‘동북아 금융허브’를 달성할 수 있었던 터라 거래소 시장, 코스닥 시장, 선물시장을 단일 운영 주체로 주식회사 형태의 통합거래소를 설립해 그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했다.

사실 이미 세계 10대 거래소 중 9개 거래소가 주식회사로의 전환했고, 거래소간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한국 역시 규모의 경제에 들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선물과 증권을 통합해 거래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표면적인 주요배경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 통합에 대한 심층적인 정책효과의 분석 및 법제적 연구가 미흡한 상태에서 법률안의 제정 및 정책의 추진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면이 있었다. 이에 증권 유관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으며 특히 인력구조조정과 직급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두고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충분한 논의과정이 부족한 것은 이번 이사장 선임 문제에서도 통합지연을 초래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에 의해 1년 이내로 통합작업이 마무리 되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기도 하다.


 재경부 후보추천위, ‘며느리도 모르는’ 비공개 운영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동상이몽(同床異夢)-청와대 vs 재경부

현재 재정경제부 추천위의 운영과 구성에 대한 모든 절차는 비공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연 누가 공모에 지원했으며 이사장 선임 선정기준이 무엇인지는 재경부의 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또 통합거래소 출범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사장에 선임되는 인물들이 얼마나 자격을 갖췄느냐인데 여기에 추천위의 공시된 기준과 원칙이 없기에 각 입장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재경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지 않았지만 초대 이사장 후보인물로는 한이헌(청와대비서실 전 경제 수석 비서관), 이인원(예금보험공사)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부산 선거에서 공이 컸던 정치인 한이헌씨를 밀면서, 전통적으로 이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던 재정경제부와 갈등이 불거지게 되었다. 이인원, 김규복씨 모두 재무통이어서 증권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식견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재경부 측에서 옛 재무부 출신인 이인원 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거래소 이사장으로 보내고 자리가 비는 예금보험공사 사장 자리에 현재 금융연구원에 파견 근무 중인 김규복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행시 15회 출신)을 앉힌다는 후문도 나돌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자리= 쓰리쿠션 인사’라는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러한 여권과 재경부의 낙하산식 밀실 인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도 노동계 내부 역시 일치되지 않는 경영자상을 제시해 혼란을 빚고 있다.

증권거래소 노조위 김주용 사무국장은 “통합거래소를 맡는 인물은 국제적인 마인드, 해박한 금융지식, 통합거래소의 비전, 4개 기관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거래소 노조위측에서는 강영주(한국증권거래소 사장)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소 노조는 최근 시위에서 “어디서 갈비집이냐. 아 열 받는다”라고 외치며 선물거래소측을 의식해 부산 출신의 한이헌 전 수석의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 지붕 두 가족, 속마음 ‘따로따로’ 노노(勞-勞)갈등


 이에 반해 코스닥 위원회와 선물거래소 노조위는 이를 저지하고 있는 실정에서 노조 간의 대립 또한 불거지고 있다. 배흥수 선물거래소 노조위원장은 “통합시 내부 주식 지분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현 기관장이 이사장이 된다는 것은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많으니 중립적인 인물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본사가 부산에 위치하는 만큼 지역경제 발전을 잘 살릴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게 선물거래소 노조위측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내년에 출범할 통합거래소는 신상품을 개발, 외국의 기업들의 상장 유치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전문경영인다운 초대이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현직 기관장을 추천하는 집단 이기주의냐, 지역인물을 추천하는 지역 이기주의냐 하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물거래소 노조위측은 통합거래소 설립준비반의 활동 미진과 후보추천위원회의 비공개 운영으로 인해 통합작업이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추천위의 운영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이것이 결렬된 상태에서 선임된 후보에 대해서는 ‘낙하산’ 인사로 규정할 것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현 증권거래소 노조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출에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경고파업’을 중단하고 근무지로 복귀한 상태다. 하지만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투쟁수위를 높여 총파업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