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가이버 흉내 내다 쇠고랑 찼네~
소년원에서 배운 '가위질' 잘못하다가 '또' 감옥가게 된 사연 속으로
2009-04-25 류세나 기자
소년원에서 배운 ‘가위질’ 자동차 털이 수법…출소 후 ‘닥치는 대로’ 훔쳤다
서울지역이 주 범행 대상…인원 교체해가며 수개월 간 3,400만원 상당 절도
대부분 유흥비로 사용…경찰 “피의자 부모도 태연한 모습 유지” 혀 내둘러
[매일일보닷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죄 값을 치르면서 반성하는 시간도 갖고, 또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범죄자들을 일정기간동안 복역시키면서 교정∙교화, 또 직업교육까지 시키는 ‘교도소’. 그러나 교도소의 기능이 때로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부정적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뉴스 등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교도소 동기’들의 범법행위가 바로 그것. 각양각색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된 수백여명의 범법자들이 이곳에서 범죄 수법들을 공유・전수하고, 또 출소 후의 범죄계획을 모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수도권 일대에서 상습적으로 금품 및 차량을 절취해 온 같은 소년원 출신 일당 3명이 검거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 21일 ‘소년원 동기생’ 이모(21)를 구속시키고 노모(19)씨를 불구속 입건시켰다. 같은 일당인 피의자 김모(21)씨는 지난 3월 날치기 혐의로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닥치는 대로 훔쳤다”
이씨와 김씨는 이러한 방법으로 차량의 문을 강제로 연 뒤 차량에 설치된 네비게이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등을 훔쳤다. 물론 차량 내부에 있던 동전을 포함한 현금 모두는 이들의 차지였다. 간혹 차량 내부에 차량 보조키가 비치돼 있을 경우에는 금품뿐 아니라 차량까지 훔쳐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타고 다니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이들은 해가 짧아진 겨울의 경우 밤 10시면 행동을 개시했고, 해가 길어진 최근에 들어서는 주로 자정을 넘긴 시각, ‘먹이사냥’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영등포구, 관악구, 동작구, 남동구 등지를 주요 범행지역으로 꼽은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차량 절도뿐 아니라 점포침입 절도행각까지 자행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12월 8일 새벽 2시께 관악구 봉천동의 한 마트의 유리출입문을 돌로 깬 후 무단침입, 계산대에 들어있던 현금과 담배 등 350만원 상당품을 훔쳐 달아났다. 이런 식의 범행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경찰조사결과 이씨와 김씨는 ‘한탕’하기로 마음먹은 날이면 이 같은 두 가지 형태의 범행을 적게는 6건에서 많게는 13건까지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그렇게 몇 개월간 함께 범행을 저질러오던 이들 2인조 금품절취일당은 김씨의 구속으로 해체(?)돼야 했다. 김씨가 출소 직후 저질렀던 날치기 건으로 지난 3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기 때문이다.공범 구속되자 새로운 공범 영입
훔친 카드 사용하다 덜미
이씨 등 일당이 검거된 날은 지난 15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날도 이씨 일당은 ‘돈벌이’를 위해 늦은 밤,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한 공용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구형 ㅇㅇㅇ 차량을 발견 후 범행을 단행, 잠복해있던 경찰에 의해 발각됐다. 그러나 운 좋게도 둘은 도주에 성공했다. 이에 경찰은 이씨와 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및 인터넷 기록 등을 통해 같은 날 저녁 9시반께 인천 남동구 한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의 공범인 노씨는 차량에서 훔친 카드를 사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같은 날인 15일 밤, 지인들과 술을 마신 노씨는 카드주인이 분실신고를 했다는 것을 모른 채 술값 3만 8천원을 지불하기 위해 훔친 카드를 ‘당당하게’ 내밀었고,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노씨는 경찰에서 “같은 날 새벽에 훔친 것이라 그 사이 분실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진술했다.한편 이씨는 김씨와 21회의 범행에서 2,600여만원, 노씨와의 7회에 걸친 범행에서 8백여만원 등 총 3,400여만원 상당의 금품 및 장물을 절취했으며, 재판매 등을 통해 얻어진 돈의 대부분은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결손가정에서 성장하면 범법자 된다?
이번 절도사건은 기타 유사 범죄와 마찬가지로 같은 소년원 출신들이 모의해 범행을 벌였다는 점, 전과기록이 화려하다는 점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결손가정에서 성장했다는 것.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와 다른 ‘결손가정’이라는 데서 오는 구조적 ‘결함’은 청소년들이 사회화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가정상황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주위에서 돌봐주는 보호자의 손길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량청소년과 어울리거나 흡연, 음주, 약물 등의 유혹에 빠질 기회가 비교적 높다.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3명의 피의자는 모두 아버지나 어머니가 안 계시는 편부모가정에서 자랐다”면서 “결손가정의 모든 자녀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결손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범죄와 같은 비행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해줄 수 있는 그들만의 놀이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분석 내리고 있다. 또 결손가정들의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생계보호와 교육보호, 주택보호 등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한다고 입장이다.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도 침착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입건된 피의자들의 부모는 피의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경찰서와 구치소 출입을 자주해서 그런지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면서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피의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화와 범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쉽게 돈을 벌고 편하게 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계속해서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