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철도 참극, KTX민영화의 미래?

철도노조, 충격적인 아르헨티아 철도 부실화 과정 심층 소개

2013-02-24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에서 출근길 열차충돌사고로 49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철도 민영화를 추진중인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24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참극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안이함과 민영화된 철도업체의 합작품”이라며 “전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KTX민영화 추진의지를 되뇌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심장부에서도 아르헨티나 철도사고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고 경고했다.

22일 아르헨티나에서 출근길 열차충돌사고로 49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30여명이 중상이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 한다.

주무부처인 파블로 치아비 교통장관은 “열차의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고 경험이 적은 기관사가 지쳐있는 상태였다”며, “이러한 사고는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일어난다”며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철도의 노조 관계자는 “사고 열차를 운영하는 민영기업 트레네스 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철도와 열차의 유지보수에 소홀한 기업으로 유명하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전국철도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안이함과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민영철도업체가 합작해 빚은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총연장이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3만4000km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철도는 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남아메리카에서는 가장 잘 정비되고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할 만큼 우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80년대 말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었는데 공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철도도 포함되었는데, 선로와 차량은 정부가 소유하고 민간운영회사에게 임대를 주는 방식이었다.

민영화에 따라 화물철도는 6개로 수도권여객철도는 7개의 단위로 쪼개 민간에 불하했는데, 수익이 예상되었던 화물은 정부보조금이 없는 대신 임대료가 매우 낮아 그 감면액이 전체 수입의 40% 이상인 반면 적자가 예상되었던 수도권여객은 정부보조금이 지급되었다.

철도노조는 “당시 남미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세계은행은 정책권고와 아울러 민영화를 위해 필요한 3억달러를 지원함으로써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동했다”며, “이 때 철도를 불하받은 회사들은 대부분 아르헨티나, 캐나다, 미국의 운수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들 회사들에게 최고상한운임을 정하고 시설에 대한 투자책임을 분명히 부여했으나 투자재원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철도노조는 “아르헨티나에서 구조조정의 가장 큰 피해영역은 간선여객철도였다”며, “적자가 누적되어 민간자본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던 장거리여객철도는 70%가 운행이 종결된 결과 이용승객 수가 1990년 1100만명에서 1997년 260만명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대적인 철도구조조정으로 1991년 11만 7천명에 달했던 철도종사자는 1996년 1만 7천명으로 줄어들면서 기술력 기반이 완전히 붕괴됐고, 수익성이 낮은 장거리 지방철도가 대폭 폐지되었음에도 정부조조금은 국영 때에 비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아르헨티나 철도 민영화가 시작된지 20년이 지난 오늘날 철도산업이 새롭게 각광을 받아 세계 각국에서 철도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르헨티나 철도는 아사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재정부담을 회피하려던 철도민영화 정책이 일부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배를 불렸을 지언정 철도발전의 싹을 아예 잘라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철도노조는 “거기다 덤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대형 사고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삶의 질이 어떠한 가를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