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J회장 미행사건' 관련 조사
2013-02-26 박원규 기자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고소인인 CJ그룹 김홍기 비서팀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한 그룹 법무팀 직원 1명, 미행 현장을 목격한 직원 1명 등 모두 2명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과 고소인들은 고소장을 보며 사건 개요 등을 재확인했다.
경찰은 또 고소장에 기재한 내용 외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진술을 들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카메라 화면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CJ가 제출한 화면만으로는 아직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고소인 조사 소식을 접한 CJ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룹 안에서도 의사소통을 자제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J에 따르면 삼성물산 감사팀 차장 김모(42)씨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이재현 회장의 집 주변을 검정색 승용차를 탄 채 맴돌며 이 회장의 차를 미행했다.
미행 사실을 눈치 챈 이 회장의 운전사가 그룹에 알렸고 CJ는 집 주변 CCTV를 통해 김씨의 승용차를 확인, 김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1일 오후 7시40분께 김씨의 승용차가 이 회장의 차를 따라 장충동 부근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고 CJ 직원 1명이 김씨의 차 앞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이 직원이 차에 치여 무릎을 다치자 CJ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과정에서 CJ는 운전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해 김씨가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임을 알아냈다.
이후 김 팀장은 23일 "비서팀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방해했고 불법감시까지 했다"며 성명불상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CJ는 이번 사건이 삼성그룹과 CJ그룹간 법적 분쟁 탓에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부터 미행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CJ는 이 회장이 부친인 이맹희(81) 전 제일화재 회장의 소송을 돕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이 미행을 붙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 14일 동생인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재산에 해당되는 주식을 인도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낸 바 있다.
한편 경찰 수사 착수 소식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업무상 부지 점검을 위해 활동했을 뿐 미행은 없었다"면서도 "CJ 측이 삼성물산 직원이 미행했다고 주장한 만큼 해당 계열사에서 대응할 것이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