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감추나, 우주인 이소연 미스테리

우주인 사업 발목 잡힐까, 귀국 후 건강상태 함구…“착륙당시 문제없었다”

2009-05-02     매일일보 특별취재팀

항우연∙항의원 “우주인 개인 의학정보 공개 못해”…취재통로 일체 닫혀
고산 탈락∙착륙 사고 등 러시아에 저자세로 일관…문제점 덮기에만 급급

[매일일보닷컴] 영화 <판타스틱4>를 살펴보면 평범하던 등장인물들이 우주에서 태양의 빛을 본 후 고무인간, 투명인간 등 ‘괴물’이 돼버린다는 설정이 나온다. 만약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최근 우리나라 우주인 1호라고 알려진 이소연(30)씨가 우주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통증을 호소하며 대외활동을 중단해 그의 신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만8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고강도 체력테스트를 비롯한 각종 우주적응훈련도 무난하게 소화해냈던 그녀였다. 과연 우주에서, 또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이씨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녀가 연구원으로 있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이씨가 입원검진 중인 공군 항공우주의료원(항의원) 측은 무엇 때문에 이씨의 건강상태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착륙 때 받은 충격으로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충북 청원의 항의원에 입원, 정밀건강검진에 들어갔다.

이씨는 지난달 19일 소유스 TMA-11 귀환모듈을 타고 착륙할 당시, 목표지점보다 400여㎞나 떨어진 카자흐스탄 초원지대에 떨어지면서, 모듈과 지면과의 충돌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이씨는 지구 귀환 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 의료진의 건강진단 결과, 척추 등에 약간의 이상이 있지만 건강상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28일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모친과의 포옹 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또 걸을 때는 허리를 자주 만지며 주변인의 부축을 받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방문과 어린이날 행사 참가, 모교 방문 등 이씨의 외부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항우연과 항의원측은 “이 씨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밀검진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단순 근육통이나 충돌 이후 가벼운 후유증이 아니라 심각한 이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씨의 주치의인 정기영 항의원장은 “이씨는 물리적 충격에 의한 경미한 경추부염좌와 흉추부 타박상을 입었다”며 “요추부 통증의 원인을 밝혔으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정 원장은 이어 “우주인의 개인 의학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의료법상으로도 개인 의학 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착륙당시 몸무게 8~10배 달하는 압력 받아

과연 이 씨가 지구 귀환 도중 받은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씨는 귀환과정에서 3차례 예상 밖의 위기 상황과 맞닥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궤도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하기 직전 귀환선이 소유스 호와 추진선을 분리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자세제어 추진체가 고장 나고 통신시스템이 파괴되는 등 세 차례나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 씨를 포함한 다른 2명의 우주인은 정상 때보다 2배 이상인 자기몸무게의 8∼10배 압력을 받았다.대기권 진입 후에도 사고는 이어졌다. 정상적으로 작동됐더라면 귀환선은 과산화수소 연료 추진체를 이용, 지면과 각도를 30도로 유지해야 했다. 이렇게 해야 공기의 힘으로 대기권 진입 때 발생하는 마찰열을 식히고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 5~6분 동안 작동해야 할 추진체가 고장 났다. 자칫하면 해치(문)가 불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착륙 마지막 단계에서 낙하산은 제때 펴지고 착륙 2초 전 연착륙용 역추진 로켓도 가동됐다. 그러나 가속도가 붙은 귀환선을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귀환선은 땅속 30㎝ 깊이로 박혔고, 가장 먼저 땅에 부딪힌 곳이 이소연씨가 탄 쪽이어서 이씨는 다른 우주인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씨가 귀환 후 보름이 다되도록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도 우주선이 거듭된 고장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땅에 곤두박질치면서 교통사고에 준하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우주인 사업에 차질 줄까 쉬쉬(?)

그렇다면 항우연과 항의원 측이 이소연씨의 상태와 검진결과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이씨를 태우고 지구로 귀환했던 소유스 TMA-11 캡슐은 예정 위치보다 400여㎞ 이상 떨어진 곳에 도착했고 러시아 연방우주청측은 “대기층을 통과할 때 외부 안테나가 전소돼 구조대가 35분 늦게 귀환선을 찾았다”고 밝혔다.하지만 항우연은 러시아 당국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한 채 “기술적 결함 가능성은 없었다”며 “오차 범위 내 착륙이었다”는 러시아측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고산(31)씨에서 이소연씨로 우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고산씨의 규정 위반에 대한 러시아 측의 명확한 이유 설명이 없었음에도 우리 정부는 “우리 측의 결정”이라고만 강조했다. 일각에서 정부와 항우연이 ‘첫 우주인 배출’ 의미 자체를 강조하기 위해 문제점을 덮기에 급급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며 앞으로 러시아와의 우주 협력 사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씨의 건강 문제로 촉발된 귀환 과정의 문제점이 우주인 사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씨의 건강상태가 단순 근육통 등 가벼운 충돌 후유증이 아닌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을 경우 우주인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면담 일정까지 취소할 정도면 이씨의 건강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항우연은 지난달 30일 이씨의 건강상태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출입을 입구에서 막았다. 이와 관련 항우연 임승호 홍보실장은 “이씨의 현재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들은 바 없다. 이씨의 주치의가 소속된 공군 항의원 측에 문의해 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이씨가 현재 머물고 있는 충북 청원의 항의원 측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군 항의원은 이날 오전 정문을 지키는 헌병을 통해 취재진의 출입을 철저히 봉쇄해 이씨와의 접근을 차단했다. 항의원 측도 이씨의 진료내용 및 상태에 대한 의학적 소견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하며 “항공우주연구원으로 알아보라”고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항의원의 한 관계자는 “주치의인 정기영 원장이 항우연 관계자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장 외에는 이소연씨의 정밀진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다 이씨와 관련된 발언을 통제하고 있어 알려주거나 답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