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팔아먹기 막히자 KTX로 눈 돌렸나?

[이슈분석] 목적 알 수 없는 MB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2012-02-29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기본적으로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은 크게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소비자 편익 증대 △관료주의 해체 및 민간시스템 도입을 통한 경영 효율화 △세입 증대를 통한 정부 재정적자 감축 등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이명박 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하다가 사실상 포기 상태로 보이는 인천공항 민영화, 그리고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KTX 민영화는 이러한 세 가지 목적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논란은 시작된다.

내부 경쟁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시설장치사업이라는 점, 굳이 경영효율화를 추진하지 않아도 될 만큼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근본적으로 세입 증대가 필요할 정도의 재정적자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기업 지분 49% 제한 등 인천공항 민영화 판박이
KTX 수익으로 일반철도 수익 보전해주는 구조 외면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여러 노선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노선이 KTX다.

누가 운영을 책임지더라도 흑자가 보장되는 사업을 민간 기업에게 주겠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철도 인프라를 재벌들에게 거져 주는 특혜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는 부실 공기업을 민영화 시스템을 도입해 건전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어느 쪽이라도 민영화 추진은 논의부터가 잘못 됐다.

세계적 추세도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이미 그 한계와 수많은 문제점에 봉착해 민영화를 중단하거나, 재국유화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KTX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가속도를 내는 가운데 여야당, 시민사회, 코레일 노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수서발 KTX 사업제안요청서 초안'을 내놓으며 민영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사업제안요청서 초안에 따르면 수서발 케이티엑스의 공공성 강화와 대기업 특혜 논란 차단을 위해 신규사업자 컨소시엄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분율이 49%, 나머지 51%는 국민공모주 30%, 코레일 등 철도 관련 공기업 11%, 중소기업 10%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민주 공모는 법인 설립 후 2년 이내에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민간이 운영하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요금은 현행 코레일 요금 대비 10% 이상 인하하도록 의무화하고, 입찰시 추가 할인을 제시한 업체에는 가산점을 부여한다.

국토부는 그동안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권의 민간개방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의 지분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경쟁입찰 방식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정권 말기에 서둘러 밀어붙이는 민영화 작업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수서발 KTX 사업제안요청서 초안'을 보면 KTX 민영화는 대기업 지분을 49%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인천공항 민영화 계획과 판박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통합합당 내 KTX민영화 저지 투쟁위원회 김진애 위원장은 지난 27일 "49%로 지분을 제한해도 대기업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국토부 발표는 KTX 민영화에 반대 여론과 재벌특혜 논란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진애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수서발 KTX만 운영한다면 코레일은 요금을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며 "그동안 20%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국토부가 10%를 인하한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토부 발표는 결국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면서 KTX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2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백재현 정책위수석부의장도 민주통합당 제11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수서발 KTX 운영권에 대해 참여 대기업 지분과 관련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백재현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아직도 KTX 민영화에 미련을 우리 국토부는 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전 교통정보원에서 또 다시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을 한 뒤, “지분 중 30%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공모를 하겠다. 신규사업자 컨소시엄 관련해서 지분을 49%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 의장은 이어 “MB정부가 당초에 발표한 KTX 민영화 계획이 특정재벌 특혜시비가 일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반발조짐을 보이자 이 점을 크게 염두에 둔 듯 대기업 최저지분을 49%로 제한하는 내용을 들고 나왔다”며 “이는 KTX에 나오는 수익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철도를 보전해주는 구조에 대한 외면”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정재벌 특혜논란이 제기되자 대기업은 대기업 지분을 49%로 제한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개인이 30%를 가질 수 있다면 우회지분으로 분산수용 할 수 있어 여전히 특정재벌의 독점을 가능하게끔 만드는 구조”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KTX가 수익이 나고 있는 사업을 반분해서 민영화하는 것은 당장 취소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