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전면 시행...첫 출발은 '삐끗'
2013-03-03 박원규 기자
학교들은 준비 또는 홍보 부족으로 인한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와,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실현 가능성간의 괴리를 조정하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A중학교 운동장에는 학생 20여명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A학교는 이번주 학생들을 위해 임시적으로 축구, 농구, 탁구교실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토요교실은 다음주부터 진행된다.
A학교 관계자는 "개학식이 전날 치뤄진 탓에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공을 차고 있던 이형준(15)군은 "부모님이 두분 다 집에 계시지만 축구하고 싶어 나왔다"며 "주말 모두 내가 좋아하는 체육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에 가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집에서 쉬겠다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끼리 어울려 PC방에 가겠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시간 서울 송파구 B중학교에도 토요수업을 신청하기 위해 학생들이 드문드문 모여들었다. B학교는 선착순으로 수업 신청을 받는다고 했다.
농구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는 유준호(15)군은 "평소같으면 더 잘 수 있는 날인데 학교에 나와서 씁쓸하다"며 "학교 끝나면 오후에 학원에 갈꺼고 나같은들이 반반이다"고 말했다.
김승찬(14)군은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학교에 나와서 친구들과 노는게 좋다"면서도 "학교가 끝나면 오후에 학원에 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서울 송파구 C학교에서는 학교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일 수요조사 가정통신문을 보내 아직 회신이 오지 않아 오늘은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다음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C학교 관계자는 " 아직 수요조사도 안됐다"며 "홍보 부족인지 내가 맡은 프로그램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생이 1400~1500명인데 그 중에서 10%만 참여해도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토요일에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져있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예체 중심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다음주부터 제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잘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 안산시 D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교를 가지 않는 중학생 몇몇이 공을 차고 있을 뿐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학교는 오늘 중국어 교실 하나만 운영된다고 했다. 토요돌봄 교실과 체육활동은 각각 3명과 10여명이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운영하지 않는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축구를 하던 손동민(15)군은 "학교를 가지 않아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나왔다"며 "학교에서 체육과 음악활동. 교과 보충 등을 하지만 아무 것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손군은 "주말을 다 쉴 수 있다는 점을 맘에 들어하는 친구도 있지만 주말 수업이 평일로 넘어가 매일 7교시까지 수업을 하는 것과 방학 일수가 준다는 점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D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가정통신문을 보내 수요 조사를 하고 신청을 받았지만 희망 프로그램과 가능한 프로그램간 괴리가 커 조정이 힘들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외부 강사 섭외와 비용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에는 외부인을 통제할 인력이 없어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단위 학교별로 운영하는 것보다 거점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경기 안양시 E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 측은 준비가 끝나지 않아 오늘은 주말교실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10일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E초등학교 관계자는 "토요일 프로그램은 자율 참석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며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대부분(99.6%·1만1451개교)의 초중고교에서 주5일수업제를 시행하며 토요 돌봄교실, 스포츠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