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회사경영, 관여할 생각 없다"
2012-03-04 안경일 기자
김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기동창이고 집에도 자주 드나들던 친구의 여신을 회수해 그 친구가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 때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후배들에게 '금융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미래를 보는 눈을 조금씩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언급했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금융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을 거쳐 2005년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최고령(69세) 금융지주 CEO인 김 회장은 이달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퇴임 뒤 계획과 관련,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경영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며 "다만 '하나금융드림타운'과 같이 비일상적인 일은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8월 하나금융고교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다"며 "조금 더 연장해 처음으로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차기 하나은행장 인선에 대해서는 "다음주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며 "새롭게 회장으로 오는 김정태 행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차기 행장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기에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성실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업무폭주로 인해 공석으로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외환은행 인수을 인수한 김 회장은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 문제는 가급적 이해관계자의 조정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하나카드가 BC카드 가맹점을 이용하면서 60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를 외환은행의 이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 격차와 관련해서는 "현재 알려진 인건비는 총 인건비를 인원으로 나눠 계산한 것"이라며 "이것은 책임자의 비율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의 경우 책임자급이 80%인 반면 하나은행은 50% 수준이다. 이것을 감안하면 결코 임금 격차가 큰 것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성과급 체계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은행의 추가 지분 획득은 페어 스왑을 할 경우 하나금융지주의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론스타 펀드와 협상을 할 당시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론스타 본사가 있는 런던으로 가서 협상을 한 뒤 일요일 저녁에 돌아왔다"며 "막바지 협상이 끝내고 와서 금융감독 기관에 보고를 할 틈이 없었다. 그 사이 론스타 측을 통해 협상 사실이 보도가 돼 곤욕을 치렀다"고 밝혔다.
그는 "론스타와 협상이 주로 런던에서 이뤄졌지만 가끔씩 중국에서 전화가 올 때가 있었다"면서 "그때마다 '혹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며 어떻게 협상을 조율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오랜 시간 몸 담아 온 금융산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1997년말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거치며 우리의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여기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비은행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갖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하고 그들이 네트워킹을 잘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산업이 독과점 체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지방은행들이 금융서비스를 골고루 배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상호저축은행도 그 기능을 못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안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질 것"이라며 "정교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본이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