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쓰고 6년간 수도권 성폭행 투어 ‘충격’
테이프로 결박하는 수법으로 6년간 11명 연쇄 성폭행
얼굴 숨기기 위해 ‘헬멧’, 신속도주 위해서는 ‘오토바이’
샤워하는 여유까지 보여…2천6백여만원 상당 금품갈취
[매일일보닷컴]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는 일련의 성폭행 범죄들을 보면 밤이든 낮이든, 또 연령을 불문하고 ‘여성’이라면 모두 범행대상이 되고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서초경찰서는 지난 5일 마포서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최근 수년간 수도권 일대에서 1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 등으로 김모(34 ・ 택배기사)씨와 이모(23 ・ 무직)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특히나 이들은 각각 18회, 11회 등 연쇄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러 왔지만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해 4~6년 만에 검거된 것으로 드러나 그 충격은 더 컸다. 이와 관련 <매일일보>에서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범행을 저지르며 그 동안 얼굴 없는 ‘헬멧맨’으로 불려온 이모씨의 사건을 집중추적 했다.
“빈 그릇 찾으러 왔는데요” 수법도 교묘
이씨는 지난 6년간 11명의 여성에게 성폭행을 가해왔다. 그러나 경찰이 동일수법의 연쇄 강간 ・ 강도 사건이 6년째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이유는 이씨가 얼굴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와 헬멧을 사용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 이씨는 얼굴 없는 ‘헬멧맨’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씨의 범행이 처음부터 치밀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범행에서 이씨는 아무런 흉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맨 손으로 여성의 목을 조르고 땅에 쓰러뜨린 후 주먹으로 폭행, 강간했다. 이때 약간의 무리가 있었는지 이후 이씨의 범행에는 공업용 카터칼과 청 테이프가 범행도구로 추가됐다.또 이씨는 음식배달원으로 가장해 “빈 그릇을 찾으러 왔다”며 문을 열게 한 후 접근하는 ‘약삭빠른’ 수법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차량에서 물품을 꺼내는 여성을 차량 안으로 밀어 넣고 강간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주로 피해자가 주거지 출입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입을 막고 목을 조른 후 청 테이프로 결박하는 방법으로 여성들을 범하고 금품을 갈취해 왔다.CCTV에 찍힌 해병대 문양이 결정적 단서
헬멧맨 이씨의 6년간 ‘성폭행 수도권 투어’는 경찰의 끈질긴 추적수사를 통해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일부 피해자 진술에서 범인이 빡빡머리에 체격이 건장했다는 신체적 특징을 확인하고, 강취한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얼굴 일부가 찍힌 CCTV를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화면 속 범인의 모습은 해병대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고 해병대의 특징인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병대 사령부로부터 피의자 연령대의 군전역병 2,850명의 명단을 입수해 피의자를 특정해냈다. 이후 경찰은 이모씨의 DNA와 지난 6년간 동일수법으로 성폭행 당한 11명의 피해자의 신체 또는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일치하는 점을 밝혀내 이씨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조사결과 이모씨는 해병대에서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05년과 2007년 사이에도 휴가 중 부녀자 2명과 13세 여학생도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한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점과 성폭력이 수반되는 범죄는 실제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더 많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추정, 수사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모씨는 지난해 10월 2일 오후 8시께 경기 고양시 인테리어 사무실에 침입해 32인치 벽걸이 TV 1대, 컴퓨터 2대 등 시가 5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공범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