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창업주 손자의 '비글스' 뭐하는 회사(?)인가

'삼양식품 오너일가 유령회사 차려 재산증식' 논란

2013-03-1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2008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동’을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던 삼양식품이 일부 다른 재벌기업들과 다를 바 없는 오너일가의 편법적 재산증식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오너일가는 자신들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편법적으로 재산증식을 벌여왔고, 특히 이 과정에서 내부자거래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개미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양식품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회사는 삼양식품 오너 3세의 개인회사인 ‘비글스’.

비글스는 지난 2007년 1월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의 농수산물 도소매업체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 전병우(18세)씨의 100% 개인회사다. 전씨는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다.

이런 비글스가 세간의 의심이 가득찬 눈총을 받게된 까닭은 지난해 삼양식품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의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어김없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처분하는 행태를 보여 투자자들의 원망을 샀다.

비글스는 지난해 11월 삼양식품이 출시한 나가사끼짬뽕 대박으로 회사 주가가 급등하자 삼양식품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불과 몇 개월전인 6월에도 평창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평창개발 수혜주로 삼양식품 주가가 요동을 치자 주식을 대량 처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전례가 있다. 두 번의 거래를 통해 비글스가 거둬들인 차익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란게 관련업계의 추정치다.

특히 비글스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12만 4000주의 삼양식품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할 당시 삼양식품은 ‘나가사끼짬뽕이 신라면보다 더 팔렸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의도적인 ‘주가 띄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비글스가 행사한 BW 신주인수권(워런트)은 본래 전씨가 기관투자자로부터 BW의 신주인수권만 매입한 뒤 이를 다시 자신의 회사인 비글스에 넘긴 것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2009년 6월 15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당시 나우IB캐피탈 등 기관투자가 다섯군데가 인수했다. 전씨는 두 달뒤 이들 기관투자가로부터 BW의 워런트를 인수했다. 전씨는 워런트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 0.46%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았다.

당시 이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식회사가 회사 경영에 있어 주식 처분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비글스의 경영활동이 석연찮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글스는 등기부등본 상 회사 소재지를 서울 목동의 한 빌딩 지하 6층으로 등록해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이 곳은 비글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으로 나타났다. 해당 소재지는 휴네트개발이 운영중인 ‘찜질방’으로 이 곳의 관계자들은 ‘비글스’란 이름을 최근에서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파라곤 105동 지하 6층 면적은 1100평이 넘는다. 여기엔 수많은 사무실과 상가들이 입주해 있다”며 “비글스 본사가 ‘찜질방’에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글스는 현재 이 많은 사무실 중 한 사무실에 입주해 있고, 빠른 시일 내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이 모든 것들이 일부 언론들의 무분별한 왜곡 보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방문해 취재해본 결과 해당 지역은 ‘스파’만 운영중일 뿐 사무실을 비롯한 비글스의 흔적은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글스의 등기부등본 상 소재지가 휴네트개발이 운영중인 찜질방 위치인데 대해 휴네트개발 고위 관계자는 “휴네트개발 심의전 전 대표가 비글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 대표가 대표이사 권한으로 비글스의 소재지를 이 곳으로 등재한거 같으며 지난 9일자로 비글스 소재지는 강남으로 전출됐다”고 설명했다.

심의전 대표는 휴네트개발과 삼양농수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동시에 비글스의 사내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14일자로 휴네트개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비글스는 현재 삼양식품그룹의 지배구조에 있어 최상위에 있는 회사다. 삼양식품의 최대주주는 삼양농수산으로 지분 51.8%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삼양농수산의 주주구성은 비글스 26.9%를 비롯해 전씨의 어머니 김정수 삼양농수산 사장이 42.2% 아버지 전인장 삼양식품그룹 회장이 21%의 지분에 자사주 9.9%로 이뤄져있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 오너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삼양식품그룹 오너일가가 ‘비글스’를 통해 개인재산을 늘리고 있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