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땡전뉴스 시절로 돌아가나?

민주 "李대통령, 방송·언론 장악 나선 최시중 경질해야"...감사원, KBS '정연주 표적감사' 논란 갈수록 증폭

2009-05-23     매일일보
【매일일보닷컴】감사원이 다음달 중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결정한 가운데 정연주 KBS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표적감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성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KBS에 대해 올 하반기 정기 감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지금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임기가 시작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이명박 정권이 KBS를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번 특별감사를 이용하려는 저의"라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야당과 언론단체들도 22일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를 거론하며, 이번 특별감사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KBS에 대한 정기감사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었음을 감안하면 몇몇 보수단체들이 경영부실과 편파방송 등을 이유로 신청한 KBS 특별감사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누적결손의 증가 등에 대한 원인분석과 인사권 남용 여부 등 경영실태 전반에 대해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감사를 결정했다"며 "2004년 감사원 감사 이후 오랫동안 감사가 실시되지 않아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하지만 감사원이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를 받아왔고 올해 하반기에 KBS 정기감사도 예정돼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감사원의 주장은 논거가 빈약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특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사표를 제출한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연주 KBS 사장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쇠고기 파문 방송과 관련된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이후 공공기관 기관장 교체 시점에 맞춰 공기업 예비감사 발표를 발표했다는 의혹, 정부정책에 영합해 '혁신도시 결과가 3개 가까이 부풀려졌다'는 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특히 이번 KBS 특별감사와 관련해서는 KBS가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특별감사 실시 취소심판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이와 관련 통합민주당은 23일 "비판 언론의 통제를 위한 정략적인 표적 감사"라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공영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방통위의 취지를 훼손하는 최 위원장을 즉각 경질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방송 장악, 언론 장악의 전면에 최 위원장이 있다"며 "바람막기, 병풍을 자초했던 최 위원장을 공정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통위원장에 앉힌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상희 최고위원도 모두발언을 통해 "정권이 바꿔었다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KBS 사장을 사퇴시키려는 혈투가 벌어지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제발 '땡전뉴스'의 추억을 아름답게 회상하지 말라. 국민들은 다시 KBS가 '땡전뉴스' 시절로 돌아가는 것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정연주 사장을 사퇴시키고 그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최 위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특별감사 KBS가 자초, 방송 제자리 찾게할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언론 정책을 주도해온 정병국 의원은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실시 결정과 관련, "이번 감사는 KBS가 자초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KBS에 대한 감사를 누차 청구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미리 감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KBS가 오늘과 같은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권의 영향력 하에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면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 우리의(여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S 1,2 채널 분리 문제와 관련, "(채널 분리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채널1은 공영으로 남고 채널2는 민영화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세계적으로 공영 채널의 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있는 채널까지 줄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MBC 민영화 문제와 관련,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되면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도 단계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MBC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KBS 특감 취소청구 6월초 심사키로

한편 KBS가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감사원에 감사 취소를 청구한 가운데, 감사원이 6월 초 행정심판위를 열어 KBS의 청구내용을 심사키로 했다.감사원 고위관계자는 23일 "KBS가 오늘 오전 11시30분께 특별감사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감사원은 다음달 초 행정심판위를 소집해 청구내용을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 국민감사청구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없었고, KBS가 처음"이라며 "감사원은 이번 청구에 대해 법 절차와 규정에 맞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KBS 특감 취소 청구의 수용 여부는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된다. 심판위는 감사원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이 맡게 된다.

<기사제공=제휴사 뉴시스/정리=매일일보 인터넷팀>